• ‘빙벽 할머니’라 불리는 71세의 황국희 할머니의 히말라야 동계 등반이 화제가 됐다. 잇달아 충북 금강변에 조성된 국내 최대 50~90m의 인공빙벽, 강원 춘천시 구곡폭포의 50m에 달하는 자연빙벽에 7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인 20m의 실내 빙벽장까지… 국내 곳곳의 빙벽이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픈 많은 이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겨울이라고 집에만 있자니 아쉬움이 남고, 스노보드나 스키 외의 좀 더 색다른 겨울 스포츠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실내 빙벽등반은 초보자도 기초교육만 받으면 쉽게 오를 수 있다 하니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 것도 없으리라. 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무작정 따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재미만큼 위험도 높은 빙벽 등반을 위한 건강 체크리스트를 챙겨 보자.

    ① 안전장비는 자신의 체형에 맞게 준비
    빙벽등반은 동료와의 파트너십을 배울 수 있는 스포츠다. 또 온 몸 근육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으로 근력발달에 효과적이며 순발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반면,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에 등반 장비에서부터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낫 모양으로 생긴 아이스바일은 빙벽등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비로 자기 체형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게 포인트.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아이젠은 반드시 신발에 꼭 맞게 착용해야 옳다. 빙벽화는 끈을 묶고도 발뒤꿈치가 들리지 않을 정도여야 하고 발목 부분까지 신발 끈을 묶는 것이 중요하다. 양말은 너무 두껍지 않은 것으로 자신의 발 사이즈에 맞게 한 켤레를 신는다. 이외 헬멧과 안전벨트, 로프 등의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② 의심되는 질환 있으면 미리 검진 받고 준비운동은 꼼꼼히
    역시 등반에 오르기 전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은 빼먹지 말아야 할 필수 코스. 추운 날씨에 굳은 근육을 충분히 늘려주도록 해야 하고 평소보다 꼼꼼히 해야 한다. 얼음 상태는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빙벽등반은 온 몸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는 운동이라서 그에 따르는 부상 범위도 넓다. 이 때문에 의심되는 질환이 있다면 미리 검진을 받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노화가 진행 중인 60세 이후의 노인이나 폐경기 이후의 여성은 골 밀도가 낮아 뼈가 약해져 있는 상태이거나 골다공증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쉽게 골절될 수 있기 때문에 낙상 위험이 큰 빙벽 등반시 더 주의해야 한다. 또 무릎에 하중이 많이 실리기 때문에 관절염 환자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므로 피하는 게 좋다.

    ③ 평상 시 기초체력을 다져놓아 부상에 대비
    철저한 사전준비와 안전장비를 갖췄다 하더라도 부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장시간 등반을 할 경우 동상의 위험은 물론이거니와 손가락과 어깨, 다리 근육이 파열될 우려가 크다. 또 얼음이 매우 미끄러워 발목을 접지르거나 낙상시에 골절상을 당할 수도 있다. 손목 부상과 발목 부상이 주를 이루며 인대가 늘어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평상시 헬스나 꾸준한 운동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져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④ 빙벽 등반 전에 간단한 응급처치 숙지
    가벼운 부상인 경우, 신속한 응급 처치만으로도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으므로 미리 숙지하고 있으면 유용하다. 손이나 발 등이 동상에 걸렸을 때는 먼저 해당 부위에 따뜻한 바람을 쏘이거나 물수건을 대줘야 한다. 따뜻한 물에 담근 후에 물기를 제거하고 손이나 발가락 사이에 거즈를 대 준다. 몸 전체가 얼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발목을 삐거나 인대를 다쳤다면, 일단 안정을 취하고 다친 곳을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부기가 빠지도록 얼음찜질을 한 후 압박붕대로 감아준다. 누워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해 부기를 빼주고 경과를 보면서 온찜질을 해주면 된다.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은 “빙벽은 얼어있는 상태라 일반 암벽에 비해 온 몸 관절에 더 많은 부담과 하중이 쏠리기 때문에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빙벽 등반 후 땡기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있다면 인대가 늘어났음을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냉찜질을 한 후 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한치한의 즐거움과 함께 빙벽등반은 부부 혹은 가족과 즐길 수 있는 겨울 스포츠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는 근육과 관절이 단단히 굳어있어 운동 중 상해를 입을 확률이 높다. 등반 전 충분한 준비운동과 등반 중 안전에 대한 주의 그리고 운동 후 마무리운동을 잊지 않는다면 이 정도 추위쯤은 밟고 올라설 수 있는 빙벽등반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