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화재 참사 당시 농성자 진압작전 중 순직한 고 김남훈(31) 경사의 영결식장에서 한 무명의 경찰관이 '삼가 김남훈 경사의 영전에 바칩니다. 여기는 광화문'이라는 애도 편지를 올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무명의 경찰관은 편지에서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위진압 버스 안에서는 대원들간에 웃음꽃이 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경찰관은 "도대체 우리들은 누구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하느냐"며 "지난해 여름 촛불시위를 맨몸으로 막아낸 기동부대원들로서 조금씩 촛불이 꺼져가는 것을 보며 사회질서가 정착돼 가는 것에 보람을 느꼈지만 그것이 너무나 요원한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 경찰관은 "수많은 경찰관의 생명이 희생되고 있지만, 멀리만 보이는 건전한 시위문화가 원망스럽기만 하다"면서 "고인은 누구를 위해 희생했으며 또 우리들은 누구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하느냐"고 애통한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고인이 누운 자리에 우리들 중 누군가가 누워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시 동의대 사태처럼 서해교전처럼 나라를 위해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침묵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생명의 위협이 오락가락하는 시위현장을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끼리 하는 말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면서 "언제쯤 우리나라에도 선진 법문화가 정착될 것인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무명 경찰관은 "매일 크고작은 시위현장에서 내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머리 속으로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경찰이 되도록 하늘나라에서 도와달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용산화재 참사에서 유명을 달리한 김 경사를 애도하기 위해 영결식에 참석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는 추모사에서 "사랑하는 김남훈 동지.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 언제까지 우리 경찰이 고귀한 몸을 던져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지 안타깝다"며 부하를 잃은 슬픔을 나타냈다. 김 청장은 김 경사를 1계급 특진(경장→경사)시키고 녹조훈장을 추서했다. 고인과 함께 망루에 진입했던 동료 최윤식(37) 경위는 추모사에서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한 우리를 용서해달라"고 애도했다.

    고인의 유해는 수원 화장장에서 화장된 뒤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