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첫 대법관으로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가 2일 제청됐다. 사법 60년 사상 학계출신이 대법관으로 제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가 제주 출신도 최초라서 대법관 구성원의 `다양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는 평이다.

    기존의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법관, 1명이 검사 출신이고 학계 출신 대법관은 단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아 그동안 법원 안팎에서 구성원을 다양화하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양 교수는 2005년부터 세 번이나 연달아 대법관 제청 최종 후보군에 올랐지만 `조직 안정성'에 초점을 둔 인사로 막판에 탈락, 이번에야 말로 `할 때가 됐다'는 기대를 모았었다.

    이용훈 원장도 자신의 임기종료(2011년 9월) 전까지 학계 출신 첫 대법관을 탄생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정권교체 후 첫 제청이라는 시점이나 양 교수의 인지도, 경력, 출신지 등이 모두 맞아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한국 민법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양 교수는 사법연수원 6기로 5년 남짓 판사생활을 한 뒤 서울대 법대로 옮겨 20여 년 간 강단에 섰는데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학계 최초 대법관 후보로 거론돼 왔다.

    사실 올해 초 신설된 대법관 자리마저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돌아가, 다음 대법관 제청은 고현철 대법관이 퇴임하는 2009년 2월에서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김황식 대법관이 지난달 돌연 감사원장에 내정되면서 기회가 마련됐다.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는 40여명의 후보자 중 구욱서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신영철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양창수 서울법대 교수, 오세욱 광주지방법원장 등 4명을 지난달 31일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김황식 전 대법관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이용훈 원장(전남 보성)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 중 호남출신은 3명이고, 경남ㆍ부산출신(PK)이 5명, 대구ㆍ경북출신(TK)이 2명, 대전ㆍ충청 2명, 서울 1명 등이다.

    이 때문에 지역안배 차원에서 오세욱 광주지법원장의 제청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양 교수가 제주 출신이다 보니 지역 형평성 시비를 벗어날 수 있었고, 구 원장이나 신 원장은 처음 대법관 제청 후보군에 들어 다음번에도 기회가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관 중 비(非) 서울법대 출신은 김지형 대법관 밖에 없어 출신학교의 다양화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양 교수 또한 서울법대 출신이다. 

    한편 양창수 교수의 제청으로 대법관 이념지형도나 향후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교체될 12명의 대법관 후임선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진보성향으로는 박시환ㆍ김지형ㆍ전수안ㆍ김영란 대법관 등이, 보수성향으로는 안대희ㆍ김황식 대법관이 분류됐었는데 양 교수의 성향을 보수로 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