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 사용을 예고하는 등 불법 폭력집회에 대해 `초강경 대응'을 선언한 것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격화 조짐을 보이는 촛불시위의 기세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1일 긴급 간담회에서 "내일 시위에서 만약 장시간 도로점거나 폭력행위가 있으면 좀더 엄정하게 대응해야겠다고 방침을 세웠다"며 ▲ 최루액 사용 ▲ 개인용 색소분사기 사용 ▲ 검거 위주의 적극진압 ▲ 채증자료를 이용한 공개수배 검토 등의 강경 대응책을 내놨다.

    특히 최루탄과 최루액 등의 장비는 1998년 9월 3일 만도기계 총파업에서 마지막으로 사용된 이후 한 번도 실제 시위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10년 가까이 `무최루탄 원칙'을 고수해온 경찰이 시민사회의 비난 등 부담을 무릅쓰고 언론을 통해 강경 대응 방침을 선언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규모 촛불시위의 기세를 꺾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많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주말인 2일 집중 촛불집회에 이어 5일에는 서울광장에서 `부시가 온다'라는 제목의 대규모 집회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바라는 `촛불민심'을 직접 보여줄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일부 시위대가 전.의경들을 붙잡아 옷을 벗기고 집단 구타를 하는 등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시위 양상이 격렬해질 조짐을 보였다.

    촛불시위의 장기화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줄어들면서 극렬 시위자들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경찰의 자체 판단도 강경 대응 선언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경찰청장의 갑작스런 교체가 경찰의 방침 선회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을 대신해 김 청장이 새로 부임할 때부터 `촛불집회에서 제대로 강경진압을 하지 않은 데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취임 직후 여러 차례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한 김 청장은 이날도 간담회를 자청해 "시위대가 장시간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에게도 린치를 가하는 불법 폭력행위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해 엄단하고 법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강경 대응책이 헌법에서 보장된 집회ㆍ시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최루액과 색소를 뿌리고 경찰관 기동대를 투입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범죄인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경찰의 대응은 5일 열리는 `부시 방한반대' 집회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겁을 주려는 것이다. 경찰은 평화적 집회를 보호하는 기본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