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주민 직선제로 치뤄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현 교육감이 주경복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자, 인터넷에선 '촛불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표면적으로 서울 교육 정책을 지휘할 수장을 뽑는 선거였지만 유력 후보였던 공 후보와 주 후보의 지지층이 보수 와 진보, 촛불 반대자 와 촛불 지지자로 갈려 사실상 최근 국정 난맥에 빠졌던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와 촛불 향방을 가르는 선거였기 때문.

    촛불 지지자 "이제 더 바보짓 하지 말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지지했던 네티즌들은 '촛불민심 불신'부터 '자포자기'까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광우병 대책회의 홈페이지에서 아이디 'kitbal3'는 31일 "사실상 이명박 정권 심판을 내걸고 치른 교육감 선거에 패배함으로써 다수 국민이 이 정권을 적어도 용인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전면적 정부투쟁, 다수 정부 정책에 대한 포괄적 반대운동은 사실상 무력화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다음 아고라에는 촛불 민심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국인'은 "마치 촛불이 대세라고 생각했던 분들은 세상을 모른다는 것"이라며 "촛불에 참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몇 십배 많았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푸른날개'는 "이미 졌는데 뭘 더 하느냐"며 푸념했다. 그는 "지금까지 스코어가 입법, 사법, 행정에 교육까지 4-0인데 이제 방송까지 내주고 깨끗하게 5-0 완성하자"면서 "맨날 키보드로만 열변 토하던 분들은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egis'는 "촛불 매일 드는 것 보다 투표권 하나 행사하는 게 더 편한데 이제 더 이상 바보짓 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낮은 투표율 (15%)이 패배의 원인이라며 "이제 교육감이 교육 망쳐도 서울에 사는 애들은 말도 마라"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강경한 네티즌들은 오히려 국가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과격시위를 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노마디스트'는 "자위하지 말고 촛불 패배를 인정하자"면서도 "촛불 시위가 국가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파워였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며 "어차피 시위는 해봐야 여론이 떠나가니 더 이상 여론에 얽매여서 할 것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강남권에서 공 후보에 대한 지지가 월등히 높았던 점을 지적하며 선거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글들도 있었다. '이그'는 "공 후보가 강북 강서에서는 인정 못받았는데 강남 극성 아줌마들 의 몰표를 받았다"며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촛불 반대자 "국민이 촛불을 심판"

    반면, 촛불 시위에 반대했던 네티즌들은 공 후보의 승리에 환호하면서 "국민이 촛불을 심판했다"고 이번 선거에 의미를 부여했다.

    네이버 카페 '과격불법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 (노노데모)' 아이디 'fat_man'는 "우리의 승리이기 보단 촛불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울릉도'는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좌익이 아무리 설쳐봤자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달팽이'는 "이제 하나 씩 바로 세워질 것"이라고 여론의 반전을 기대했다. 'jysim2820'는 "광우병 폭동을 계기로 근래 일련의 사태를 보고 우리나라가 그동안 너무나 왜곡되고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순한수'는 "무더위도 잠시 잊은 가슴 속까지 시원한 짜릿한 감동의 순간을 맛 보았다"고 통쾌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