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에서 '정보보호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조치의 내용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포털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 등 종합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작은 부분이지만 방송종사자로서는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올 문구에 눈길이 갔다.

    "유선·위성·IPTV사업자 등 방송사업자에게 개인정보보호 의무 부과"

    유료방송인 케이블, 위성, IPTV 등의 방송은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거나 시청자들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런 가입자 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아주 당연한 이 문구가 앞으로 방송사업자들이 구상하는 광고모델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많은 방송종사자들이 IPTV 같은 양방향이 가능한 매체의 등장으로 수익모델을 타겟광고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방송을 통한 광고가 불특정-다수인 일반 시청자를 향해 무작위적으로 광고를 하는 형태였다면 타겟광고는 그 광고를 그 물품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구매가능성이 큰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한정해서 하는 새로운 형식의 광고인 것이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스키 광고를 하고, 어느 특정 지역의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도 가능하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를 불특정-다수에게 하는 비용을 줄이고 구매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들에게만 광고를 하여 판매를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환상적인 광고임에 틀림이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은 없었던 새로운 광고시장을 만들어 낼 수가 있는 기회로 더 이상 늘지않는 광고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이라고 여기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새로운 광고에 대한 시도는 역시 양방향이 가능한 인터넷과 휴대폰 광고에서 이미 어느 정도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타겟광고의 전제가 되는 것은 바로 개인정보를 활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보다 정확한 개인정보를 허락해 주어야만 효율이 높은 타겟광고를 할 수가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개인정보를 광고를 하는 사업자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내가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파란색을 좋아하며, 하루에 인터넷을 몇시간 하는지, 어느에 사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모임에 주로 나가는지 하는 정보는 광고주에게는 그야말로 돈을 벌게 해주는 소중한 정보가 되겠지만 이런 정보가 다 노출돼 있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빅 브라더'라는 미래의 통제사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런 개인정보의 심각한 노출은 큰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인정보의 보호와 타겟광고는 타협할 부분이 없는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시각과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Opt-in 방식의 광고를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Opt-in 방식이란 광고의 소비자가 허락을 하는 경우에만 광고를 할 수가 있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미리 소비자에게 광고를 받을 것인지를 다 알아본 후에 광고를 하는 것이 아무래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광고가 그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스팸광고를 양산하는 Opt-out 방식의 광고들이 주류를 이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가 광고를 선택하는 경우에만 광고를 노출할 수가 있는 방법이 나오고 있다. KT에서 얼마전 발표한 '클리어스킨' 방식이나 인터넷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메모지'라는 업체의 광고방식은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 선택 광고의 개념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만 하다. 투명막을 스크린이나 브라우저 위에 씌우고 여기에 광고를 올리는 방식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광고만을 선택해서 보도록 할 수가 있다.

    앞으로 양방향의 대부분의 매체에서 가능해지면 타겟광고를 원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이에 비례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개인정보보호와 타겟광고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도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그 근간에는 소비자의 광고선택이라는 것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www.showpd.pe.kr 쇼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