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0일자 오피니언면 '오늘과 내일'에 이 신문 홍찬식 논설위원이 쓴 '전교조, 자녀교육도 전교조식으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교사 집단은 자녀를 명문대에 잘 보내는 그룹에 속한다. 2007년 서울대 신입생들을 조사해 봤더니 아버지 직업이 교사인 학생이 8.6%나 됐다. 교사를 어머니로 둔 학생은 더 많아 12.6%를 차지했다.
    전국에는 1600만 가구가 있고 전체 교원은 36만 명이다. 교원이 차지하는 산술적 비율은 2.25%이지만 서울대에는 훨씬 많이 보내고 있다. 자녀교육에 교사를 능가하는 전문가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자식은 경쟁력 떨어져도 되나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정의를 위해 그렇다. 교사들은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자식 농사만큼은 부모 하기 나름임을 보여주는 유쾌한 사례다. 대학 입시가 아직까지는 꽤 공정하다는 얘기도 된다.

    일부 교육단체는 ‘한국에선 돈 없으면 명문대에 못 간다’고 강조하지만 한쪽 측면을 과장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무리 재벌 집 아들이라도 시험 못 보면 절대 명문대에 갈 수 없는 나라’가 한국이기도 하다.

    교사 집단은 자녀교육에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교육에 관심이 높고 정보에 앞서 있다. 교직의 특성상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는 편이다. 교사들이야말로 자녀를 어떻게 이끌어야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유리한지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정진화 위원장이 25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계획’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의 극단적인 논리를 들으며 궁금증이 생긴다. 이들은 자녀교육은 과연 어떻게 하고 있을까? 겉으로 주장하는 대로 하고 있을까?

    전교조는 0교시, 수준별 학습, 심야 보충수업에 강력히 반대한다. 일선 학교에 운영의 자율권을 주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학교 내에서 경쟁과 평가는 피해야 마땅하고 학생들은 학력보다 인성을 갖추는 일이 먼저라 한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 한다.

    이들 ‘이론’대로라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최소한의 평준화 수업만 해야 이상적이다. 사교육은 안 하는 쪽이 낫고 시험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치러져야 한다. 그 대신에 학교는 인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고 학생들은 대학 진학보다는 행복 추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이런 교육을 받은 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치자. 학교 담장을 나서는 순간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인성이 아무리 좋아도 지식이 부족하면 살길이 막막한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경쟁이 나쁜 거라고 배웠지만 어딜 가도 경쟁을 피할 곳은 없다. 밖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건 ‘꿈과 희망’이 아닌 불행한 삶이다.

    교직이라는 안정된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는 교사들이지만 이런 바깥 현실을 모를 리 없다. 교사를 부모로 둔 학생들의 높은 성취도를 보면 오히려 교사 집단이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의 자식들이야 어떻게 되든 ‘전교조식’으로 말하고, 집에 돌아가서 내 자식에겐 현실에 맞춰 대응하도록 하는 건가.

    ‘인기직종 교사’ 책임의식 가져야

    물론 전교조 교사들은 전체 교원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전교조 내부에서도 모두가 이런 투쟁 노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일도 아닌 젊은 세대의 장래가 걸려 있는 일에는 정말 솔직해져야 한다. 이런 씁쓸한 괴리가 바로 이념의 폐해일 것이다.

    새 정부는 교원평가제 같은 교원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현되더라도 급속한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 역시 중요한 건 교사의 마음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교사가 인기 직종이 되면서 교직에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기대감과 함께 책임의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교사 손에 크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