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1일자 오피니언면에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전공)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최근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 계획을 내고, 학교 운영을 시·도 교육감과 교장에게 맡긴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그간 국가통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우리 교육을 원상회복시킬 것이란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사실 이제까지 우리 초·중등교육은 학생선발, 교육과정 운영과 같은 굵직한 문제에서부터 수업개시 시간, 교훈 제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중앙의 교육 당국에 의해 통제 받아왔다.

    대학의 경우에도 근거도 없는 이른바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에서 논술고사 문항 예시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해 온 것이 사실이다. 대학 입시를 대교협으로 이관하고 각 대학에 전폭적인 자율을 부여한 데 이어 이번 조치는 우리 교육이 선진화, 개방화, 경쟁력 강화로 가는 전향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교조와 일부 좌파단체 및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서열화', '줄 세우기', '차별교육', '낙인찍기'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반대한다. 심지어 '연좌제'니 '전쟁터'니 하는 표현도 있다. 전교조는 일부 신문에 낸 광고에서 "군대에서는 이등병도 때가 되면 병장으로 진급"하는데 정부 새 방침에 따르면 "입학할 때 열등반은 졸업까지 열등반"이라며 "애들아~ 차라리 군대가자!"고 선동하고 있다. 교직에 몸담고 있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처럼 교육을 부정하는 언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지 놀랍다.

    이들의 반대는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잘못되었다. 하나는 국가사회주의 노선의 견지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좌파 전용 편가르기 선동이라는 점이다. 우선 국가사회주의는 모든 사항을 국가가 간섭하고 통제한다. 0교시 보충수업 금지, 어린이 신문 구독 금지, 사설 모의고사 금지 등 모든 것이 국가의 통제와 재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이 잘 굴러간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를 가정에 비유해, 가훈 만들기, 아침식사 전 독서,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밤 10시 이후 학습 여부를 국가로부터 일일이 지침을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가정은 가족의 의사와 책임에 따라 운영돼야 하듯, 이번 조치는 학교장과 일선교사에게 원래 가졌어야 할 권한을 돌려주고 책무를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중앙에서 일시 파견 나온 시·도 부교육감들이 일부 반대의견을 낸 것은 국가통제의 또 다른 조짐으로 볼 만하다.

    웬만하면 신물이 났을 만한 편가르기와 그릇된 이분법에 따른 선동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불평등이 가진 자의 착취 때문이라는 한물간 낡은 논리를 교육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학력 차이를 놓고 '줄 세운다' 하고, 학교 간의 서열화는 지역 간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지나친 경쟁 체제 속에서 인성교육이 말살된다 하는 식이다. 인성은 지식교육을 온전하게 받은 후에 길러지는 덕목이지 아이들을 시험 안 치르게 하여 학습 부담 없앤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인성교육은 교과교육을 뗄 수 없으며, 교과교육에 소홀히 하면 오히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오리' 사육에 비견되는 상황만 초래한다.

    인성교육에 대한 곡해는 경쟁을 악덕으로 보는 시각에서도 볼 수 있다. '경쟁'의 반대 개념은 '협동'이 아니라 '독점'이다. 경쟁을 싫어하는 이들이 국가독점을 선호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경쟁과 개방적 체제를 거부한 국가와 사회는 번성한 적이 없다. 낡은 평등 이념을 버리고 자율과 책무성 신장을 통한 교육경쟁력 강화만이 우리 아이들을 '우물 안 개구리', '무기력한 오리'로 만들지 않는 길이다. 국가 간섭이 없는 가정과 기업이 정상이듯이, 좌파들도 줄기차게 외치는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은 바로 학교 자율화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