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은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잔치집이다. 서울 여의도 당사에는 '되는 집안답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또 한 번의 '내전'이 예고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숙원이었던 정권교체를 이룬 한나라당이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내년 4월 실시되는 18대 총선이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실시되는 총선으로 인해 17대 대선에서는 복잡다기한 역학관계가 이어졌다. 유례없는 대선후보 '난립'도 총선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독주'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그 어느 곳보다 사람들이 몰렸다. 그만큼 총선 공천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대선이 끝난 직후 한나라당은 대통령 인수위원회 구성으로 분주하면서도 총선 체제로의 전환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강재섭 대표는 20일 "히딩크처럼 아직도 배가 고프다. 아직도 갈증이 난다"며 "이명박 정권이 튼튼하게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단합이 중요하고,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어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과반 의석 확보' 의지를 나타냈다.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다.

    그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총선에서 진다면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느냐"며 "(총선에서 진다면)무슨 힘으로 앞으로 나가겠느냐. 초심으로 돌아가 허리끈을 동여매고 앞으로 나가자"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한나라당호가 '과박 의석'이라는 목표로 뭉쳐 총선까지 순탄하게 항해하기에는 당내 상황이 복잡하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인 '친이(親이명박)' 세력이 있으며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친박(親박근혜) 진영' 또한 경선 이후 흩어지지 않고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친이vs친박'은 경선이 끝난 후에도 당 운영을 두고 극한 대립을 펼쳐와 향후 공천권을 두고도 '혈투'가 예상된다.

    친박 진영은 박근혜 전 대표가 '깨끗한 승복' 이후에도 '이회창 바람'을 잠재우는 등 이 당선자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측면 지원해 왔다고 강조하며 '공천 배제' 같은 불이익을 받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친박 내부에서는 "반 정도나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공천 과정에서 이 같은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모종의 '결단'이 이뤄질 수도 있다.

    공천을 둘러싼 내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인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꼽힌다. 이미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씨는 이번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율을 올려 선거자금은 모두 보전 받을 수 있게 됐다. 충청권과 경남에서도 어느 정도의 지지세를 확인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마지막 날까지 박 전 대표 자택을 세 번이나 직접 찾아가는 이벤트를 벌이며 구애의 손길을 보내는 등 '박근혜-이회창 연대'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노력했다. 따라서 한나라당 내 공천 과정에서 친박 진영의 불만이 폭발할 경우 이들이 결단을 내리고 이 전 총재 측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지지'를 선언하며 입당한 정몽준 의원도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2002년 대선에도 출마했던 정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차기 대권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친박 진영은 정 의원 입당 초기부터 껄끄러운 반응을 보였었다. 여기에 이 당선자와 함께 새로 당에 진입한 외부 인사들도 '공천 전쟁'의 한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내년 총선을 향한 전쟁은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