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일 사설 '국민은 교계를 지켜보고 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피랍사태가 42일 만에 막을 내렸다. 정부는 억류됐던 한국인 19명이 귀국하는 대로 사태 해결에 들어간 비용을 피랍자와 교회에 청구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2004년 일본 정부는 이라크 무장단체에 붙잡혀 있던 일본인 3명을 구출한 뒤 “민간인으로 해외에서 문제를 일으켜 귀국할 경우 모든 경비는 자기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항공료와 숙박비 등 237만엔을 청구했다.

    정부의 간곡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굳이 위험지역에 갔다가 납치된 이번 경우도 이런 책임에서 예외가 되긴 힘들 듯하다. 국민의 해외활동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국가의 책임과 국민의 책임에 분명한 한계를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국민과 국가에 끼친 손해는 개인이 책임진다는 원칙을 선례로 확립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이번 사태로 국민 전체가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정부는 테러단체와의 직접협상은 안 된다는 국제관례를 깨뜨리면서 커다란 국익 손상을 입었다. 그뿐 아니라 아랍 방송 알자지라는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 378억원을 건넸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도 몸값 지불설을 보도했다. 몸값을 지불했다면 막대한 돈이 국민 세금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보도가 사실일 경우 그 막대한 몸값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이 여행금지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적 구상권 행사가 어렵다는 견해도 있고, 정부의 자제요청이 있었는데도 아프가니스탄 여행 자제 경고판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을 정도이니 책임이 무겁다는 주장도 있다.

    개신교 단체인 세계선교협의회는 30일 정부가 탈레반과 ‘아프간 내 기독교 선교 금지’에 합의한 데에 우려를 표시하고 “봉사활동을 공격적 선교라고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피랍사태가 재발할 경우 정부에 부담 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많은 국민이 지금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담으며 어떤 시선으로 교계를 보고 있는지 생각하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