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일반국민선거인단 접수자가 마감일인 26일 오전까지 6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민주신당이란 열린우리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이 흩어졌다 모이고, 다시 흩어졌다가 모여 만든 정당이다. 국민들로서는 이들이 흩어졌던 이유도, 그랬다가 다시 모였던 이유도 알지 못한다. 국민과 따로 놀았던 민주신당 지지도가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정당의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국민이 접수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60만명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 ‘기적’의 내막이 민주신당과 각 후보 홈페이지 게시판에 떠 있다. “선거인단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이미 신청됐다고 뜬다” “내 가족 누구도 신청을 안 했는데 접수됐다고 나온다. 개인정보 침해로 고소하겠다”는 식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한테 모 단체의 지역지부 회원 명단이 있으니 사 가라”는 선거인단 판매 광고까지 있다.

    민주신당 안에서는 “한 인터넷주소에서 1만명이 한꺼번에 등록됐다” “어느 후보가 어떤 직능단체에 민원 해결을 약속해주고 회원 전체를 접수시켰다” “어떤 후보는 양로원 노인들과 병원 입원환자 명단을 통째로 가져갔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말썽이 나자 민주신당은 24일 오후 1시부터 인터넷 접수자들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전까지 시간당 평균 5000여명이던 접수자가 갑자기 수백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각 후보 진영이 당사자 동의도 얻지 않고 이름과 주민번호를 도용해 선거인단으로 무더기 접수시켰다는 얘기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단 선거인단에 밀어넣기만 하면 그 사람 신원은 후보 자신만 알고 있으니 회유는 나중에 해도 된다는 전략이란 것이다.

    후보들 진영은 “이런 동원력도 능력 아니냐”고 말하는 모양이다. 민주신당 지도부도 앞에서는 “부정 대리접수를 막겠다”면서 뒤에서는 “당 지지도가 워낙 낮으니 동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고 한다.

    민주신당은 이런 선거를 지금도 ‘국민참여경선’이라고 부른다. 얼굴이 두껍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이름을 도둑질하는 ‘3류 절도 사건’이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