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에 검증위원회를 설치해 놓고 당(黨)지도부는 검증에 관한한 ‘검증위원회’에 모든 것을 맡겨달라고 경선 예비 후보측에 요구하고 있다.

    당(黨) 검증위원회에서만 검증하겠다는 당(黨)지도부의 생각은 아마도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이 결정적인(?)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보호 장치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이다. 검증은 경선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본선 경쟁력을 위한 필수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대선주자들의 지나온 행적에 대하여 보다 깊은 이해를 하고 싶어 한다. 더욱이 국민들은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자들이 지녀야 할 덕목이나, 자격, 자질 및 도덕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알고 싶어 한다. 자격 있는 대통령감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검증위원회가 지니는 권능이 무엇이 있나?
    조사 능력이 있나?
    수사능력이 있나?
    증거 보존 능력이 있나?
    조사능력, 수사능력 그리고 언론과의 유기적 관계를 파헤칠 수 있는 기동성이나 추적능력이 당(黨)에는 전혀 없다.

    더욱이 한나라당 검증위원회는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검증을 7월말까지 끝마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타임스케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작금에, 검증위원회가 검증공방은 검증위원회에 맡겨달라고 외친다면, 그것은 무리다.

    대선예비 후보자들과 관련한 의혹들을 당(黨) 검증위원회에만 맡겨놓고 있다가는 의혹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의혹만을 증폭시키고 그 결과 당력(黨力)은 추락하기 십상이다.

    현실적으로 ‘언론상’의 공방이라도 그나마 있으니, 국민들이 후보자들의 도덕성이나 옳지 못한 과거력과 자질을 다소 파악하여 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긴 것이다.

    당(黨)이 ‘검증’ 자체를 ‘당(黨)의 이익’을 위해 독점하겠다는 생각은,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옹’할 수밖에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언론을 통한 검증, 당(黨)의 공식 기구를 통한 자체검증, 각 후보 진영이 취합한 타 후보에 대한 검증 등이 병합되어야 ‘검증’ 본래의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다.

    지금 미리 검증을 철저하게 해놓지 않는다면, 본선에서 한나라당은 집권세력에 의해 검증의 회오리에 휘말려 순식간에 자화상이 파괴될 수도 있다. 검증을 철저히 해야만 한나라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말뜻이다.

    본격적인 검증을 회피하려고 발버둥 칠수록 결국은 더욱 세차고 파상적인 함정이나 덫에 걸려서 되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경로를 통한 광역적 검증 절차를 받는 것이 한나라당에 유익하다. 잠시 멈춰 생각해본다면, 치열한 검증이란 후보 자신을 위해서도 좋고 당의 승리를 위해서도 좋다.

    언론을 통하지 않은 검증은, 은폐와 엄폐를 위한 말만의 ‘검증’ 절차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 자체의 검증만으로는 충분한 검증이랄 수가 없다.

    이명박 전 시장은 언론에 본인과 관련한 의혹들이 제기되자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느니, “음해세력이 난동을 하고 있다”느니 또는 “나를 죽이려고 미쳐 날뛴다”라는 등의 격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고 언론은 전한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전 대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희룡·홍준표 의원도 치열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검증은 어차피 겪어야 할 것이고, 또 본선에 가서는 상상하지 못할 그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기 때문에 검증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검증에 과민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이 전 시장은 검증 앞에서 그렇게 격노할 일이 아니라, 이 전 시장이 가장 높은 지지율과 대세론적 입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검증의 칼날 방향이 1등을 향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섭섭지 않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럴수록 의연하고 당당하게 검증을 응대해야 한다. 그것이 1등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 ‘검증’의 방향과 관련해서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검증 방법을 제시했다.

    원희룡 의원은 지난 11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두 번의 패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검증은 성역 없이 철저해야한다고 본다”면서 “일등 핸드폰을 만들기 위해서 멀쩡한 핸드폰 던지고 발로 밟고 하면서 품질을 검증하지 않느냐”고 이 전 시장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 희원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 전 시장의 8000억 원대의 차명재산 의혹과 BBK 연루 의혹 등에 대해서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이야기 아니겠느냐”면서 “그 의혹이 엄청난 의혹인 것에 비해서 제기되는 근거는 아직은 빈약하다, 그래서, 이게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가 아니냐는 의혹이 양쪽에 다 던져지는 것 같다”고 말한바 있다.

    한편 원 의원은 “여기에(이명박 의혹) 대해서 이명박 후보측에서 내놓은 해명도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명박 후보측은 의혹에 대해서) 절대 그런 일 없다는 정도이고, 특히 BBK에 투자 연루 의혹 같은 경우는 명함이라든지 당시 언론 인터뷰라든지 지금은 당시 MBC보도 화면까지 나오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은 결정적인 근거가 안 나오니까 그냥 부인하고 보는 것 아닌가”라고 이명박 전 시장을 향해 논박했다.

    또 원 의원은 “본격적인 여권의 검증 공시가 있으면 나중에 된통 당하는 게 아니냐, 이런 불안감들을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결국은 치열한 검증이 한나라당에게 유익하다는 그의 합리적 결론을 끌어냈다.

    결국 검증이란,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 확고한 증거 또한 제시해야 되는 것이라고 필자는 누누이 강조한 바가 있다.

    지금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치열한 검증의 격랑 속으로 이미 빠져들었다. 검증의 격랑은 파산이나 패배가 아니라 앞으로의 승리를 향한 몸부림이자 진통이라고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할 때다. 특히 일등을 달리고 있는 이명박 예비후보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태연자약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