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전 서울대 총장이 독자신당 창당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5월 쯤 정치참여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는 현재 범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카드로 꼽힌다. 그가 대선에 뛰어들 경우 당장 그에게 동참할 의원이 20명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도 정 전 총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3월 초 그의 대선출마설에 무게가 실리자 한나라당은 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정운찬 때리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정 전 총장에게 "불쏘시개" "어차피 들러리" "토사구팽" "분위기 메이커" "치어보이" "권력중독자" 등 원색적 용어를 사용하며 강도높게 질타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정운찬이 나오면 한나라당은 골치 아프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충청 여론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인지도가 없어 큰 파괴력이 있겠느냐'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도 "언론에 정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순간부터 인지도 문제는 해결된 것이고 인지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운찬 카드'가 뜨는 이유는 그가 충청 지역(충남 공주) 출신이란 점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이 출마할 경우 범여권은 자연스레 '호남+충청'을 묶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정 전 총장이 독자신당을 창당한다면 일단 그의 정치기반은 충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범여권의 호남 의원들을 규합해 세확산을 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운찬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충청지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침 그를 지원하는 모임도 발족했다. 지난 22일 대전의 한 호텔에서는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정책정당 추진을 위한 대전·충남본부'(새정추)가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5월 중순까지 전국 16개 시도에 유사한 조직의 본부를 꾸리고 5월말~6월초 신당 창당까지 계획하고 있다.

    과연 정운찬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그의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충청지역에서 그의 출마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뉴데일리는 21~22일 양일간 대전지역에서 유권자 35명을 만나 정 전 총장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상당기간 언론에 비중있게 다뤄진 탓에 지역민들은 정 전 총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응답자 대다수가 정 전 총장을 알고 있었고 그가 서울대 총장을 지낸 충남 공주 출신이란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현재 충청지역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만 지역민들은 정 전 총장이 출마할 경우 지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40대 택시기사는 "이 지역 사람인 정운찬씨가 나오면 여기 사람들은 정씨를 찍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대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50대 한 남성(자영업)은 "정씨가 나오면 아무래도 충청지역 표심은 흔들리지 않겠느냐. 이 지역 사람인데…"라고 했다. 임모(28·사무직)씨도 "정 전 총장이 이미지도 깨끗하고 경제학자라는 점은 경쟁력이 크다"며 "무엇보다 이 지역 출신란 점은 충분히 지역표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덕연구단지 내에 위치한 한국화학연구원 앞에서 만난 최모(50대·연구원)씨는 "한나라당이 지금 잘나가고 박근혜 이명박씨가 지지율이 높지만 그건 그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여권에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다. 만약 정씨가 출마를 결정한다면 이곳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힘들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최모(50대·연구원)씨는 "정씨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포장을 잘 해야 한다. 지금의 열린당 간판이 아닌, 노무현 정권과는 차별화 된 정운찬 중심의 새로운 세력을 규합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50대 한 택시기사 역시 "여기서도 이제는 열린당으로 나오면 힘들다. 노무현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과 그가 유능하다는 점을 알려준다면 이 지역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이명박이란 유력 대선주자를 지닌 한나라당에는 이번 대선이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럼에도 집권을 자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유력 주자간 치열한 경쟁탓도 있지만 여전히 충청 지역의 지지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나라당에는 충청 출신의 후보가 없고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87년 이후 충청 지역에서 패한 후보는 당선된 적이 없다. 정 전 총장의 지지율은 박근혜·이명박 유력 주자에 비해 크게 뒤지지만 그가 한나라당의 집권을 견제할 만한 파괴력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