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안희정의 비밀대북접촉과 관련하여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한 것”이라면서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이 안희정을 감싸기 위해 이런 발언을 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믿고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어쨌던 이런 발언은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그가 대통령이 마치 과거 신분사회의 제왕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노무현의 이런 착각은 아마도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대통령 선거를 “대선(大選)” 이라고 하고 이것은 또한 “대권(大權)”에 도전한다고 하고 또한 대통령이 “권력(權力)”을 장악하였다고 표현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이란 말 자체가 민주사회의 선출된 리더에게는 적당한 용어가 아니다. “통령”이란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신분사회의 수령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어상 우리가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민주사회의 대통령은 신분사회의 왕과는 다르다. 왕은 권력이 혈통에서 나오지만 민주사회의 대통령의 권한은 법으로 주어진 것이며 더 정확하게는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다. 따라서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이 가진 ‘힘’은 법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이지 신분에 따라 주어진 ‘권력’이 아니다. 그러나 노무현의 이번 발언을 보면 자신이 마치 신분사회의 왕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마치 대통령이 하나의 신분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안희정에 대한 대북접촉 지시가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고 따라서 합법적이 되기 위해서는 그 지시가 법에 의해 주어진 대통령의 권한 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어야 하며 또한 법에 의해 정해진 절차를 따랐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 범위 내의 것인지의 여부는 그가 대북접촉을 하려는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 적과 협력할 권한이나 반역을 할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희정의 대북접촉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도 명백하다. 단순히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한 것”이라는 말로 범법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할 권한이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그 특별한 지시의 내용 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를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군사독재자는 공개적으로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고 나섰다. 말이 좋아 개입이지 정확하게 표현하면 한국의 친북협력세력, 즉 친북반미반역세력에게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고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을 막으라는 지령을 내린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독재자와 비밀리에 접촉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정당하지 않으며 적과의 내통 혐의까지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말의 대통령 선거에서 현 집권세력이 불리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자와 접촉하는 것, 그것도 비밀리에 접촉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북풍’을 이용하거나 북괴의 공작에 협력하여 대선의 결과를 뒤집어보려는 술수가 숨어있지는 않은지 의심해볼 만하다. 대통령이 정말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북접촉을 시도한다면 굳이 비밀접촉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독재자 김정일을 만나 논의하고자 하는 의제를 국민에게 밝히고 공개적으로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접촉을 하여야 한다.

    자신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여도 적법하다는 생각은 자신이 비민주적 시대착오적 사고에 찌든 수구꼴통이란 것을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비밀접촉지시는 철저히 조사하여야 하며 결과에 따라 탄핵을 받아야 할 중대한 사건이다. 이 문제는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그리고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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