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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6일자 사설 '왜곡된 언론관 강매하는 대통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논란 발언' 시리즈에 대해 우리는 이를 일일이 시비하는 것은 낭비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언론과 사회의 성숙한 여론이 아무리 지적을 해도 대통령은 개선되지 않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또 '발언 소동-비판'을 기약없이 반복하는 것이 국민에게 결코 유쾌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 말고도 우리가 취급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고위공무원 250여 명과 함께한 오찬에서 행한 발언은 우리가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공동체의 중요 영역인 언론의 본질을 왜곡하고 주요 헌법 정신인 언론자유를 위협한 위헌적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실한 상품"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 "불량 상품"이라고 언론을 매도했다. 공무원들에게는 "언론 집단에 절대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언론관이 어떻게 이토록 꼬이고 뒤틀릴 수가 있을까. 그는 일부 부정확한 보도와 납득할 수 없는 비판에 대한 자신의 불쾌한 기억을 잔뜩 머리에 담고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언론도 사람의 영역이라 실수와 잘못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언론 전체를 부실.불량 상품이라 할 수 있는가. 공무원들은 공익을 위해 언론의 취재에 협조할 의무를 지닌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잘못된 언론관을 강매하고 대언론 관계를 갈등으로 부추긴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며칠 전 작고한 미국의 포드 전 대통령은 언론의 바늘에 무수히 찔려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으며 언론의 고유 기능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통합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고 얼굴을 찌푸리고 성을 냈던 닉슨 대통령은 역사의 평가에서도 낙마했다. 대통령은 언론과 겪었던 협량한 기억일랑 지우라. 언론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언행과 정책을 올곧게 세우라. 그런 대통령에게는 어떤 언론도 근거없는 비판을 할 수가 없다. 대통령보다 국민이 먼저 무서워 그런 일은 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