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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5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최영범 정치부장이 쓴 데스크시각 '역북풍과 12.19 대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핵 실험은 평양정권으로 하여금 외교적 승리감에 도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해 보인다. 북은 핵 실험으로 지상목표인 체제 수호와 핵 보유국 지위를 보장받을 교두보를 마련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은 하위 목표다. 따라서 유엔 대북제재는 무의미해 보인다.미국내 여론을 겨냥한 치밀한 전략에 따라, 중간선거를 한달 앞두고 터뜨린 핵 실험은 평양의 의도대로 강경일변도였던 부시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공화당의 패배, 강경파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사임, 대북 유화책으로의 선회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1990년 초반 북한을 겨냥해 “핵 무기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가, 다시 “핵 실험을 하지말라”고 후퇴했다가, 다시 ‘핵 이전 금지’를 얘기하고 있다. 북핵 ‘레드 라인’을 세차례나 후퇴시켜 왔으니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생각할 때다. 그래서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나 미 워싱턴 카토연구소의 테드 갈렌 카펜터 박사 같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중 빅딜설’을 통한 북 지도부 교체론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희박한 대신 중국과의 빅딜을 통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시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급한 이들 중에는 이미 양국간 이런 교감이 오갔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냉전시절 휴전선은 정치적 경계선과 군사적 경계선이 일치하는 지점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 이후 이 두개의 경계선은 모호해지고 분리되고 있다. 미·중 관계 개선, 한·일 동맹 강화, 한·미 관계 악화 등의 복잡한 상황이 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북한 지역의 친중 정권 수립, 미군의 남한 철수 또는 명목적 한반도 주둔 등을 매개로 한 정치·군사적인 빅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기댈 곳은 남쪽뿐이다. 묘하게도 북한이 외치는 ‘우리 민족끼리’는 섬뜩하리만치 이런 현상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남쪽마저 적대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어떨까. 평양정권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북한을 40여차례 방문하고, 북 고위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교수가 전한 말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은 한국의 2007년 대선과 미국의 2008년 대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북핵 실험으로 미국에 재미를 본 평양정권이 내년 ‘12·19’ 대선에서 남쪽에 적대적인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뭔가 도발을 할 것이란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른바 ‘역(逆)북풍설’이다. 과거 북풍은 보수표를 결집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일부 정권이 이를 악용하기도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쪽의 대북인식은 많이 변했다. 평양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도발을 해 긴장이 조성된다면 보수 후보측은 강경대응을 주장할 것이고, 진보 주자측은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는‘전쟁이냐 평화냐’란 이분법적 논리를 펼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표심은 ‘평화’를 택할 것이고 국민적 정서는 북에 우호적인 대선 주자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평양정권이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는 남북정상회담이다. 이미 성사 직전의 단계까지 갔었던 것으로 알려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이 대선을 앞두고 극적으로 성사된다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래저래 내년 12·19 대선에 평양정권의 움직임은 무시 못할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