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형 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고려대학교 어윤대 총장이 연임에 실패해 충격을 주고 있다. 고려대 교수회의는 13일 16대 총장 공모자 자격 적부를 심사한 결과 어 총장 등 3명이 심사에서 탈락해 총장후보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총장 자격 적부심사는 투표권을 가진 전체 교수가 총장에 공모에 응한 후보자 9명 중 1인당 부적격자 5명을 선택하는 투표를 실시, 부적격표가 과반수를 넘은 후보를 탈락시키는 네거티브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예비선거에는 고려대 교수 1200여 명 중 959명이 참여해 79%의 투표율을 보였다.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혔던 어 총장은 재임 시절 '글로벌 대학'을 강조하며 교육인프라 확충에 힘써 학생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재학생 졸업생들의 연임 요청에 의해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과주의에 무게를 둔 대학 경영으로 교수로부터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어 총장의 연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대 자유게시판에는 이를 안타까워하며 선거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디 ‘Hansnova’는 “어 총장이어야 고대가 발전한다는 건 아니지만 어 총장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학생들의 지지를 받은 분이 타 교수들의 견제로 예비투표에서 떨어지는 이런 시스템으로 과연 고대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그동안 검증된 어 총장의 능력과 고대의 미래상에 대한 리더십만이 순수하게 고려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또 ‘sunny111’은 “모든 후보들의 파벌에서 견제가 들어온 거 같다. 교수 사회에서 파벌이 문제”라며 “결선으로 가면 친재단인 어 총장에게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니 애초에 1차에서 탈락시킨 것”이라고 냉소했다. ‘rudeguy’는 “교수들 파벌 싸움 정말 짜증난다”며 “네거티브 투표 방식으로 총장선거를 하면 교수 연구성과 닥달하고 개혁을 주장하는 어 총장 같은 사람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qazwsx’는 “이번 선거로 교수사회에도 학과간 단과대간 파벌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다”고 전제한 뒤 “어 총장이 표적이 돼서 최대피해자가 됐다. 자신들의 피해의식 때문에 숲을 보지 못하고 일부 과오를 전체인 양 호도하면서 반대하는 교수들의 목소리가 최선을 다한 어 총장의 성과를 훼손한다니 안타깝다”며 선거 방식 변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차기 고대 총장 선거는 김일수(60·법학) 김호영(57·기계공학) 염재호(51·행정학) 이기수(61·법학) 이만우(56·경제학) 이필상(59·경영학) 교수 등 6명이 경합하게 됐다.

    총장추천위원회는 15일 적격자로 선정된 후보 6명을 대상으로 표결을 실시해 다득표자 순으로 2~3명을 재단에 추천한다. 총장추천위는 단과대 대표교수 15명, 재단인사 4명, 교우회 5명, 교직원노조 3명, 학생(안암∙서창∙대학원 총학생회장)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재단은 20일 추천된 후보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선임하며 4년 임기의 차기 총장은 내달 21일부터 총장직무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