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칙은 무슨…, 노무현 대통령은 그럴 위치도 않다”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했다는 이른바 3원칙(▲도로 민주당 반대 ▲탈당 불가 ▲전당대회 결과 승복)에 대한 열린우리당 내 반응은 겉으로는 무시하면서도 속으로는 ‘노심(盧心)’ 파악에 적잖이 골몰하는 모습이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심’이 불러올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므로 노 대통령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호남 출신의 한 의원은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이 원칙을 세웠다고 해서 그것을 따를 사람이 몇이냐 되겠느냐”면서 “원칙은 무슨 원칙이냐, 노 대통령은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통합신당 추진 대세가 현 기류인 만큼 노 대통령의 ‘3원칙’이 뚱딴지같다는 반응이다. 

    이 의원은 우선 노 대통령의 ‘도로 민주당 반대’에 대해 “누가 언제 ‘도로 민주당’으로 간다고 했느냐”고 따지면서 “민주당과 합하더라도 거기에서 개혁의 실현 등 열린당의 창당 정신을 실현하면 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전당대회 결과 승복’ 측면에 대해서도 “누가 언제 전당대회에서 승패를 가리자고 했느냐”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그는 “당내 다수는 통합신당”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통합신당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것이지, 통합신당이냐 아니냐를 놓고 전당대회에서 따져보자는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전당대회가 필요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노 대통령의 ‘탈당 불가’에 대해서도 “누가 탈당하라고 했느냐”면서도 노 대통령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드러내보였다. 이 의원은 “대통령은 수석당원이다. 당원으로서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나는 정계개편 논의과정에서 노 대통령을 배제하는 것을 원치않지만,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데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느닷없는 ‘웬 3원칙’을 들고 나온 친노 그룹에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식의 반응을 내보이면서도 노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의 이른바 ‘3원칙’은 당내 친노직계인 백원우 의원이 9일 저녁 부산에서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련) 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전한 것으로, 백 의원은 당시 그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당내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민주당으로의 회귀는 수석당원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당원으로라도 이 당과 함께 하고 싶다. 벤치에 앉으라면 벤치에 앉고, 물을 나르라면 물을 나르겠다’는 자세”라고 언급했었다.

    이에 앞서 천정배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 “재창당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이 지금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어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에게, 특히 우리를 지지했던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또 우리 스스로도 무기력을 극복하고 힘차게 재기하려면 같은 정책과 노선을 가진 세력들끼리 대통합이 필요하다”면서 재차 통합신당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천 의원은 그러나 노 대통령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면서도 “신당 추진 과정에서의 주도권은 당 사람들한테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대통합 신당이 만들어지면 거기에서의 역할은 역시 똑같은 수석당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다소 신중히 접근했다. 

    이와 함께 김근태 의장이 좌장격으로 있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사무총장 문학진 의원도 노 대통령의 ‘3원칙’에 대해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정계개편에 대한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계개편에 대한 친노그룹의 생각은 큰 틀의 집을 새로 짓는 데 반대하지 않고, 당명을 버릴 때도 됐다는 것이며 노 대통령도 동의하고 있다"는 친노 직계 백원우 의원의 전날 발언을 거론하면서 '노 대통령이 새롭게, 큰 틀의 대통합 측면 등의 변화에서는 동의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보이기도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