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진 철학자 윤평중 한신대 교수가 진보 진영의 대부로 추앙(?)받는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를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도 성향의 소장 서양철학자인 윤 교수는 조만간 발간될 잡지 ‘비평’(2006년 겨울 재창간호, 생각의 나무)에 실릴 예정인 ‘이성과 우상-한국 현대사와 리영희’라는 글에서 “민주화 운동 시대 ‘사상의 은사’였던 리 교수를 평가할 땐 공이 먼저고 과는 그 다음이다. 하지만 그 과오가 남긴 상처는 깊고 오래간다”고 말했다고 8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윤 교수는 먼저 “대학생 때 읽은 리 교수의 베트남 전쟁과 중국 혁명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 가져다 준 지적 충격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우상의 시대에 참으로 신선한 이성의 청량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냉전 반공주의의 음험한 본질과 은폐된 작동기제를 폭로하는 데 있어 한국 현대사에서 리 교수처럼 투명한 이성을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윤 교수는 당시 우편향 되어 있던 대한민국 사회를 제자리로 돌리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좌편향 한 리 교수의 시각도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 교수의 사상을 ‘소박하고 비체계적인 ‘인본적 사회주의’로 규정하면서 “자본주의의 우상을 부순 자리에 리 교수가 세운 것은 사회주의의 우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조야(粗野)하고 도식적인 리 교수의 인본적 사회주의는 시장맹(盲)'과 북한맹을 배태하면서 우리 시대를 계몽함과 동시에 미몽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리 교수가 중국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에 우호적인 시각을 보인데 대해 “사회주의 중국 혁명의 의미나 성과에 대해 정반대되는 주장을 병치시켜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게 해야 했으나 리 교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머리에 뿔 달린 중공빨갱이’식의 반공 구호가 횡행했던 세상의 균형을 잡기 위한 방안이었음을 인정한다 해도 독자와 후학들을 오도한 것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리 교수는 자신이 이념적으로 선호한 중국의 이미지에 도취해 마오쩌둥이 추진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무자비한 권력투쟁적 성격을 경시했다”며 “이 같은 편향은 전선진미(全善眞美)한 진보의 역사를 신앙처럼 고수할 때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리 교수가 2005년 펴낸 저서 ‘대화’에서 ‘문화대혁명이 벌어지던 시기의 평가와 그에 대한 30년 후의 검증 사이에 놓인 괴리는 전 세계의 중국현대사 연구자들에게 거의 공통된 사실’이라는 견해를 밝힌 데 대해서도 그는 “그 같은 해명은 주관적으로 옹색하며, 객관적으로도 비학문적인 변명”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