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4일자 오피니언면 '아침논단'란에 미디어평론가 변희재씨가 쓴 '포털 권력(權力)'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먼 옛날인 1995년 이전의 신문 독자들은 경품과 무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신문고시제가 도입되면서 이 혜택은 제한되었다. 현재 이 제도는 신문법 제10조, 독자권익보호 조항으로 삽입되어있다. 독자의 권익을 위해 독자의 혜택을 줄인다?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 조항은 뉴스는 가치로 경쟁하자는 명분으로 공적 합의를 이루어 채택되었다.

    2006년 대형 포털사이트는 이메일, 무료홈쇼핑쿠폰, 게임쿠폰, 각종 공연 이벤트 등으로 독자를 끌어들인 뒤, 이들을 대상으로 뉴스서비스를 하고 있다. 경품 하나만 잘못 주어도 처벌을 받는 신문사와는 영업의 형평성 차원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포털 뉴스에서는 가치나 질적 경쟁이 필요 없단 말인가?

    1997년 IMF를 전후로 신문을 소유 경영했던 대기업들은 지분을 정리했다. 당시 대기업들은 경영이 어려워 구조조정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대기업이 언론을 경영하는 건 다양한 여론형성에 해가 된다”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다. 그래서 현행 신문법에도 신문의 경우 30대 대기업과 해외자본의 지분취득에 까다로운 제한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인터넷 뉴스 소비자의 92%를 점유하고 있는 포털은 인터넷 대기업과 미국기업 등이 소유 및 경영하고 있다. 아니 인터넷에서 가능한 모든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하고 있는 포털 자체가 일종의 인터넷재벌이나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현행법 상 포털은 인터넷신문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신문과 방송사업을 할 수 있다. 이런 포털 앞에서 여론의 독과점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신문과 방송의 겸업제한 조항은 무용지물이다.

    2004년 신문법 제정 당시 이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신문의 뉴스면 비율 50% 이상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첨가하려 했다. 이는 현재 신문발전지원기금 대상의 주요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고, 정론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포털의 경우 초기화면 기준 뉴스면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포털에서 소비되는 뉴스가 그 가치를 잃고 부가경품처럼 소비되는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최소화된 뉴스면 비율 때문이다. 역으로 이 때문에 대부분 뉴스면 비율이 50% 이상인 신문사 온라인닷컴이나 독립 인터넷신문은 포털뉴스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기도 하다. 나머지 80%의 각종 서비스로 네티즌들을 유입하는 포털의 구심력을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경품금지, 대기업과 해외자본의 지분 제한, 뉴스면 비율 등은 언론의 규제 정도를 놓고 충돌하는 진보와 보수 진영 간에도 전혀 이견이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포털에는 적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02년 먼 옛날의 포털은 뉴스를 편집하지 않았다. 각 언론사에서 송고한 순서대로 기사 리스트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러다 아무런 사회적 합의 없이 메인 화면에 남의 뉴스를 편집 및 배치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권력화된 언론의 길을 택했다.

    포털이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돈 몇 푼에 비할 바가 아니다. 대권 주자들은 포털에 좋은 기사를 배치해달라 사정하고 있고, 포털은 실명제, 저작권법 등 자사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반대 여론몰이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포털에 불리한 기사는 유통을 차단시키고, 때로는 해가 되는 인물에 보복성 편집을 감행하기도 한다. 지금도 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포털의 언론권력 관련 기사는 포털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 언론의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답을 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원칙이 여전히 모든 언론에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포털은 제외되고 그들이 얘기하는 보수신문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말이다. 답을 하지 못한다면 11년이나 지난 먼 옛날의 원칙을 버리고 앞으로 포털뿐 아니라 모든 언론이 자유가 넘치는 자본의 물결 위에서 수용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여 마음껏 영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원칙을 정하는 게 더 논리적인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