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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일자 오피니언면 '조선데스크'란에 이 신문 양근만 교육팀장이 쓴 <환영 못 받는 ‘김병준 교육’ 호(號)>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수차례 머리를 숙였다. 야당 의원이 “교육계,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야당, 심지어 여당까지 김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대목에선 “송구스럽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안하무인 식이었다는 평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한 교육부 관료는 “김 후보자에게 겸손하게 답변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교육부총리 후보자로서 김병준씨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김 후보자가 교육부총리로 임명된다고 해도 현 단계에서 김 후보자에게 ‘미래의 교육’에 대해 기대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 부임할 교육부총리치고 김병준씨처럼 누구로부터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교육 수장도 드물 것이다. 말바꾸기와 이중성의 상징처럼 돼버린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취임 당시엔 경제부총리 출신의 교육 수장으로서 기대를 받았었다.
김 후보자는 새롭게 뭔가를 하고 교육계의 지원을 받기엔 상처가 너무 많다. 김 후보자는 여당의 5·31 지방 선거 대패의 주된 요인인 부동산정책을 지휘한 장본인이다. 많은 국민들은 “(세금폭탄이) 아직 멀었다”는 그의 오만한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가 교육정책마저 제 마음대로 휘저어 또다시 분란만 일으키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중졸(中卒)’로 기록된 병적기록부의 의혹도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그의 두 딸도 외고 편입·전학을 거쳐 비(非)동일계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외고 입학의 시·도 제한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2년 늦췄지만 학교선택권을 침해하는 시·도 제한 자체는 ‘옳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더 걱정되는 것은 그의 넘치는 자신감이다. 그는 “내가 교육부총리 적임자”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겸손을 알든 모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그는 자신이 적임자라는 이유로 20년 동안 대학교수로 재직했고, 교육 관련 글을 여러 편 썼으며, 인적자원 분야에는 정책실장 때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따질 경우, 그보다 몇 배 훌륭한 교육부총리 적임자는 국내에 숱하게 많다.
무엇보다도 풀리지 않는 것은 “왜 이 시점에서 상처투성이인 그가 꼭 교육부총리를 해야만 하는가”란 점이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서면 및 구두 답변에서 보여준 교육철학을 보면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해오던 ‘코드 맞추기’ 교육정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논문이나 저서, 강연회 등을 통해 분권(分權) 및 학교현장의 자율을 소신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는 각종 교육 현안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외고 입학 시·도 제한, 국제중학교 신설, 자립형 사립고 확대에 반대했다. 대입제도 자율화 요구에 대해서도 그는 “대학의 자율성은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그의 유일한 차별성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대학의 특성화 개혁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의도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잃을 것도 없는 김 후보자가 그나마 평가받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그의 소신인 분권과 자율을 아무런 조건 없이 교육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