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사장 선출문제를 둘러싸고 KBS 내부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가 정연주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데 맞서 정 사장은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사장 출근저지 투쟁 이틀째를 맞이한 4일 오전 KBS 노조원 20여명은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우리는 당신을 개혁사장으로 영원히 기억하고 싶습니다’라고 쓴 프래카드를 들고 정 사장이 연임에 대한 의사표명 없이 직무를 연장 수행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청원경찰 30여명과 노조원 사이에 약간의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3일 오전에도 KBS본관 앞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정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후 본관 1층 민주광장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또 KBS가 ‘관언유착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KBS 사장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 사장은 임기 만료와 함께 사표를 내고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공모에 응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26일 노보 특보를 통해 “정 사장에 대한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의 신뢰 저하는 심각할 정도”라고 비판했었다.

    반면 KBS 경영진은 노조집행부의 투쟁으로 변경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맞서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30일로 공식 임기가 끝난 정 사장은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아 방송법에 따라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이사회의 새 이사를 추천할 방송위원 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KBS 사장 선임도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KBS 이사가 선임되고 난 이후에야 신임 사장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에 빨라도 7월말까지는 정 사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진은 3일 사보에서 “사장을 비롯한 집행기관의 임기는 방송법에 의해 후임 집행기관이 선임될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도 지난달 30일 KBS사보 특보를 통해 “새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직무 수행은 법적 책무”라고 전제한 뒤 “노조가 물리력을 동원해 출근저지 운동을 편다면 이는 방송법과 공사 정관이 부여한 정당한 사장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법행위이자 KBS 근간을 흔드는 사규 위반 행위로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노조는 10일까지 정 사장 퇴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라면서 정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6일까지 사장추천위원회 제도화, 2006년 임금협상안, 한미 FTA저지 등을 놓고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