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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4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권오용 변호사가 쓴 '시민단체의 상업주의 우려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최근 참여연대가 사무실로 쓸 건물의 부지를 구입한 사실이 보도돼 시민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보다 앞서 이 단체는 사무실 건물을 마련하기 위한 후원행사에 850개 기업과 개인 3500명에게 후원 약정서가 담긴 초청장을 보냈는데 당시에는 국내 38개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 실태조사를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와 80년대의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시기를 지나 1990년대에 들어서는 시민들의 사회참여 욕구가 늘어남과 함께 각종 시민단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가운데 참여연대는 전국적인 조직과 대규모 연간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대형 시민단체 중의 선두주자에 속한다.
이러한 큰 조직과 상근 인원을 둔 시민단체가 운영에 필요한 넓은 사무실을 갖추려는 것 자체에 대해 시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단체의 도덕성 해이와 상업주의 침투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경계할 필요는 있다. 시민단체, 즉 NGO(비정부기구)는 일반 시민들이 인권 신장, 민주주의 발전, 부패 청산, 경제정의 구현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비영리 민간단체를 자발적으로 구성하여 활동하는 것이다. 이같은 시민단체의 성격에 비춰볼 때 시민단체는 자발성·자율성·비영리성과 함께 본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방대한 조직과 시설을 갖추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을 그 단체가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인 기업에 요구하거나 의존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시민단체는 정의에 반하는 기업 활동에 대한 비판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시민단체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 지원이나 조세 감면, 행정 지원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시민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그런데 정부의 후원과 세제 감면 혜택을 누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기업들에 요청까지 하여 후원받은 시민단체가 목적 달성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이 비영리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건전한 민간단체로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처럼 현대 국가에서 민주사회 발전을 위해 건전한 시민단체의 활동을 장려하고 발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시민단체가 그 본질인 자율성·도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재정적인 문제로 자주 비판받게 되면 일반 시민들이 외면하고 관심을 돌릴 것임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시민단체가 재정 운영에 있어서 도덕적인 문제로 비판받게 되어 일반 시민들이 외면하고 등을 돌리게 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정의 실현 측면에서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참여하는 일반 시민은 많지 않은데 시민단체들의 조직은 방대하여 이를 운영하는 데 많은 시설과 상근 직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따라 재정 수요도 필요 이상으로 크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시민단체가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시민으로부터 호응과 참여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방대한 조직이나 시설을 줄이고 정비함으로써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로써 기업이나 정부 등에 재정을 위한 후원 요청을 하지 않고 그 목표나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회비나 자발적인 기부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