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9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언론을 감시하는 것을 본업으로 한다는 자칭 시민단체다. 언론을 감시하겠다면, 그 첫째 자격 요건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이다. 권력이 주는 자리를 받아서는 안 되고, 권력의 돈을 받아서는 안 되고, 권력의 근처를 얼쩡거려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윤리규정을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권력의 사냥개가 되고 만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민언련의 최민희 상임대표와 주동황 정책위원을 차기 방송위원으로 추천했다. 민언련 고문인 이상희씨는 현재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다. 공영방송이라는 MBC의 최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와 이사장도 사실상 정치권력이 추천한다. 그런데 이상희 방문진 이사장도 차기 방송위원장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뿐 아니다. 현재 방송위의 이효성 부위원장과 성유보 상임위원도 각각 민언련 이사와 이사장을 지냈다. 이들은 정부의 차관급 대우의 보수와 승용차를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면 민언련이 시민단체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권력과 한몸이면서도 시민단체로 위장하고 있는 권력 외곽단체인 것이다. 권력의 사냥개나 권력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리는 법이다.

    민언련은 해마다 권력의 돈도 받아왔다. 작년 방송위로부터만 본부·지역조직 명의로 2억190만원을 받았다. 다른 단체와 공동으로 지원받은 돈까지 합치면 2억7202만원으로, 방송위의 작년 시청자단체 전체 지원금 8억7467만원의 3분의 1에 이른다. 행정자치부와 국정홍보처로부터 받은 돈도 적지 않다. 이런 민언련에게 권력 근처에 얼쩡거려서는 안 된다는 시민단체의 또다른 윤리규정을 갖다 댈 필요조차 없다.

    이제 모든 게 분명해졌다. 민언련은 2004년 한국언론학회가 “극단적·파괴적 편향성을 보였다”고 결론내린 탄핵방송에 대해 “언론자유의 이름으로 맞서라”는 해괴한 논평을 내며 방송사들과 정권을 편들었다. 민언련은 방송위가 자기들이 용역을 준 언론학회 보고서가 막상 비판적으로 나오자 “탄핵방송은 심의대상이 안 된다”며 팽개쳤을 때도 ‘당연한 조치’라고 반겼다. 소금을 먹으면 물을 켜는 법이다. 돈과 자리를 얻어먹으면 그 대가로 몸과 윤리를 팔 수밖에 없다. 권력이 주는 자리와 돈을 받아먹어온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그 이름 가운데 ‘민주’라는 글자와 ‘시민연합’이란 글자를 반납해야 한다. 그것이 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