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6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박광주 논설위원이 쓴 시론 '포털과 유사 언론행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중·고교 사회 과목 시간에 배우는 기초상식 한가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입법·사법·행정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도모해 국가를 유지·발전시킨다. 국가권력의 집중과 전횡을 차단하기 위한 3권 분립이다. 세개의 발이 솥 몸체를 지탱하는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룬다. 이들을 비판·감시하는 신문을 제4의 권력으로도 일컫는다. 신문을 제4부(the fourth estate)로 지칭해온 지는 민주주의의 역사 못지않게 오래됐다. 학계 일각에서는 제4부의 개념을 신문·방송 등을 포괄한 ‘언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스 미디어로서의 방송의 역할이 대폭 확장된 이후의 시각이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제4부는 어디까지나 인쇄매체인 신문이다.

    방송은 한때 제4부의 기능과 영역을 초월한 특부(特府·the special estate)의 대접을 받았다. 사회적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 등의 측면에서 신문을 뛰어넘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불과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그러나 신문의 위상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과 매체의 다원화에 따라 대폭 위축됐듯이 방송 역시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전통 언론의 영역을 상당 부분 잠식하는 새 ‘강자’로 등장한 것이 포털사이트다.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종합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이면서도 온라인 언론시장의 패권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오프라인 여론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신문·방송 위의 ‘초특부(超特府)’ 지위도 부여할 만하다. 언론업계 종사자들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 인터넷 순위 평가업체에 따르면 국대 5대 포털사이트의 경우 지난달 현재 하루 평균 방문자수가 모두 합쳐 약 3300만명에 달한다. 물론 네티즌 한명이 복수의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가 중복 집계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4800만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포털사이트의 막강한 대중적 영향력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네티즌들의 방문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누구나 포털사이트 초기화면의 각종 뉴스 메뉴를 먼저 접하게 된다. 이를 통해 네티즌들은 관심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검색엔진 서비스를 가동해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대한 뉴스만 집중적으로 선별해보기도 한다. 독일 월드컵 축구대회 시즌인 요즘을 예로 들면, 새벽 시간대의 경기결과 등 제반 상황을 포털사이트에서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방송 뉴스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도, 석간 신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정보 욕구 해소의 편의성이다.

    포털사이트들은 뉴스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언론사 등으로부터 매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말하자면 뉴스의 유통 역할만 담당한다. 하지만 게재할 아이템의 선정에서부터 위치와 크기, 제목의 조정 등을 통해 언론매체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근자에 포털사이트들의 정치적 편향성과 선정성 시비가 이는 것 자체가 유사 언론행위를 한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행정지도를 받는 통신사업자로서의 한계 때문에 친(親)정부적 속성을 근원적으로 내포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유사 언론행위의 공정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총체적으로 모조(模造) 저널리즘(pseudo-journalism)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포털사이트를 인터넷 신문에 준하는 언론으로 규정해 적절한 법적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최근들어 부쩍 가열되고 있다. 제공받은 기사의 자의적인 편집을 금지하는 방안에서부터 제목 이외의 기사내용은 그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 사이트로 링크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에 이르기까지 논의의 방향도 다양하다.

    포털사이트의 ‘책임없는 권력’적 유사 언론행위에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책임을 지우자는 데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를 언론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는 좀 우려스럽다. 유사 언론행위의 주체를 언론으로 편입하면 결국 비슷(사·似)하지만(이·而) 실제로는 아닌(비·非), 기형적 언론 양산의 물꼬를 터주는 잘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