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5일자 오피니언면 '아침논단'란에 미디어평론가 변희재씨가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8개 포털 사이트 대표를 불러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포털 사이트의 산업적 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적극 돕겠다”는 격려성 말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이런 발언 자체가 포털의 정권 종속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포털의 문제점은 바로 현 정권하의 정보통신부가 철저히 관리·지원하는 대규모 사업체가 언론권력을 누리고 있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포털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순간, 포털 뉴스의 편집은 더욱 정권 편향적으로 기울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 블로그 개설, 포털에서의 국민과의 대화 개최, 이번 포털사 대표와의 간담회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노 대통령은 이미 포털 장악 방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지난 2004년 9월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신문법안(案)에서 인터넷 언론을 규정한 조항에는 포털 사이트를 인터넷 언론에 포함시키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안이 발표되자,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포털은 뺄 것을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법안에 그대로 받아들여져, 인터넷 언론의 요건에는 ‘독자적 기사생산’이라는 조건이 붙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받아 뉴스서비스를 하는 포털은 신문법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위헌 시비가 붙을 정도로 한층 강화된 신문법 규정에 따라 신문은 심각할 정도로 규제를 받게 된 반면, 포털은 제약 없이 언론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포털은 이러한 법의 맹점을 이용해 기성 언론사의 뉴스를 헐값에 사와 대규모 무가(無價) 서비스를 확대했다. 포털에 가면 모든 언론사의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유가 종이매체의 구독률 감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의도대로 신문시장은 크게 위축시키고, 포털 권력은 무한대로 팽창시키는 데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자유주의연대는 지방선거 기간 포털 모니터링을 한 결과, 친정부적 편집이 두드러졌다는 점을 실증적 통계자료로 입증하였다.

    이러한 포털의 언론권력 남용을 제어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포털을 신문법에서 빼내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독자적 기사생산’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포털을 신문법의 테두리에 넣어 최소한 발행주체, 편집주체 등이 공개되고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포털을 신문법에 포함시킨다고 해서 대규모 사업체가 언론권력을 누리는 부작용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포털의 언론권력은 뉴스의 질적 경쟁으로 확보한 것이 아니다. 포털의 초기화면 기준 뉴스면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독립인터넷신문이나 종이신문 온라인닷컴의 경우 뉴스면 비율이 80%가 넘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 자체가 바로 포털 뉴스의 중요한 특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포털은 뉴스면을 제외한 나머지 80%의 면을 통해 무료 이메일, 무료 블로그, 무료 홈쇼핑 쿠폰 등 각종 무가 경품을 뿌려 수천만 명의 회원을 끌어들인다. 이렇게 모은 회원들에게 뉴스를 끼워 팔면서 언론권력을 획득한 것이다.

    신문법 제10조에서는 독자권익보호와 뉴스의 공정경쟁을 위해 정기간행물의 경우 무가 경품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털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어떤 조항으로 막을 것인가? 원칙대로 하자면, 뉴스를 제외한 모든 무가 서비스를 금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대부분의 언론사 사이트도 하고 있다. 결국 언론사 사이트와 포털은 뉴스면 비율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나는 것이고, 인터넷 언론이 독자권익보호와 뉴스의 공정경쟁을 위하여 갖추어야 할 조건은 바로 뉴스면 비율이 최소한 50% 이상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을 신문법 10조에 첨가하여, 포털도 언론을 하고 싶다면 뉴스면 비율을 50% 이상 늘리도록 하면 된다.

    포털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이러한 대안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