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국가보훈처가 금년부터 ‘호국’이라는 단어를 뺀 ‘보훈의 달’이라고 표기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관련 산하 단체에 내렸다가 관련 단체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다시 번복하는 일이 발생했다.

    주목할 대목은 ‘나라를 지킨다’는 뜻인 호국(護國)과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의 보훈(報勳)이 어떤 기준으로 연관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호국보훈은 보훈 중에서 호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한정되지만 호국을 빼면 어떠한 보훈이든 모두 포함 할 수 있게 돼 그 대상과 기준이 넓어진다는 것이 관련단체들의 주장.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서울지부 노용환 부장은 2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충일이 있는 6월을 수 십 년간 호국보훈의 달로 명명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장병들의 충성을 기려왔는데 갑자기 산하단체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명칭을 변경했다”면서 “보훈이라는 말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말이 되므로 노무현 정권 들어 지정돼 논란의 여지가 많은 '민주화 인사'도 포함하는 등 정치적인 부분이 포함된다. 이는 6.25 사변 등 국가 위기에서 나라를 지키려 목숨바쳐 싸웠던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격하시키고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상이군경회는 "서울지방보훈청이 25일 '제 51회 현충일 및 호국 보훈의 달 행사와 관련하여 금년부터 6월을 ‘보훈의 날’로 개칭할 예정이었으나 산하단체의 의견 등을 반영하여 종전과 같이 ‘호국보훈의 달’로 사용하도록 서울시 및 각 구청에 재협조 요청을 했으며 추후 유관기관 협조 공문도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란 명칭으로 사용되도록 안내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보훈처 게시판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봇물처럼 올라오고 있다. 호국보훈단체 회원들은 박유철 보훈처장의 사퇴까지 주장하며 보훈처의 이번 결정을 맹비난 했다.

    게시판의 아이디 ‘이삼우’는 “보훈처는 누구를 위해 일하며 무엇을 하는 집단이냐”며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말은 어디로 사라지고 보훈의 달이라는 개칭이 사용되는지 궁금하다. 그 사실의 진위가 무엇인지 진위를 밝혀라”고 비난했다. ‘이응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라고 하는데 공산군과 싸운 우리 군경이 곱게 보일 리 있겠느냐”며 “조금이라도 폄훼해야만 속이 시원한 모양이다. 그래서 보훈의 달로 호칭을 줄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인화’는 “국가 유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나라를 지킨다’는 호국이라는 뜻을 담은 신성한 구절이 또 있느냐, 이번 개칭은 국가유공자들을 깎아 내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봉길’은 “수 십 년간 6월을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불러왔는데 호국이 없는 보훈은 무슨 뜻이냐”며 “보훈처는 호국 영령에 사죄하고 보훈처장은 즉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1984년에 제정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법(이하 예우법)'에 이미 '보훈의달'로 명시되어 있으며 그것을 근간으로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법에는 보훈의 달로 명시되어 있으나 통상적으로 호국보훈의 달로 불려왔던 것"이라며 "예우법에 기초해 시행령이 개정됐고 작년에 개정된 모법이 올 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보훈의 달로 불러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보훈처의 기념사학과 정현종 사무관도 “금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예우법 시행령 2조에 의하면 용어를 그렇게 쓰라고 되어 있다”며 “법령에 나와있는 용어를 통일해서 쓰자는 것인데 법을 안 읽어보고 명칭만 보고 항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지 행정용어를 법률용어인 보훈의 달로 쓰는 것뿐이지 호국이라는 뜻이 이미 내포되어 있어서 전혀 달라진 것도 없다. 보훈이라는 더 넓은 의미 안에서 국민들에게 호국의식을 심어주면서 간결하게 다가가는 말을 쓰자는 취지에서 그랬다"며 “약칭을 쓰는 것을 따져보지도 않고 오해를 하면서 확대 해석했다. 6월 관련행사의 플래카드나 포스터에는 호국보훈의 달로 명기해 제작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