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0일자에 실린 사설 '이총리는 국민 마음속에서 지워진 총리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해찬 총리는 8일 당정회의에서 “공직자는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3·1절 골프’에 대해 “부주의했다”는 말도 했다. 자신의 실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공무원들이 처신에 조심하라는 당부인지, 아니면 부주의 탓으로 말썽이 됐으나 앞으로는 총리직을 열심히 수행하겠다는 각오인지 아리송한 말이다.

    그러나 이 총리측은 이런 궁금증에 대해 즉각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언론이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총리와 가까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도 9일 “(총리가) 좀더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불법 대선자금, 주가 조작, 가격 담합 등의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거나 검찰수사가 예정돼 있는 기업인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이 골프 모임에 함께한 총리 비서실장 출신의 교육부 차관을 고리로 업자와 교원공제회의 석연치 않은 거래가 튀어나왔다. 드러난 유착의 정황으로 보아 검찰수사가 필요한 듯한 상황이다. 그러나 총리가 총리 자리에 버티고 있는 한 검찰 수사 착수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총리가 국가 이변시에 일을 작파하고 골프장을 찾아 비난을 받고 사과한 게 이번만이 아니다. 이 총리는 작년 4월 불난리, 작년 7월 물난리 때의 골프 소동 때도 “근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또 일을 저질렀다. “골프를 치려면 자기 돈으로 치라”는 대통령의 접대골프 금지지침을 어겼다 해서 여러 공무원들이 징계를 당하거나 사표를 썼다. 대통령의 접대골프 금지지침은 아랫사람들 혼내는 용(用)이지 권력의 핵심 서클 안에 있는 윗사람들은 해당되지 않는 것인 모양이다.

    그렇게 하고도 총리가 다른 공직자들에게 적절한 처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 만일 총리가 그런다 해도 아래 공무원들은 콧방귀나 뀌고 말 것이다. 당장 이 총리의 공보수석이 실례를 보여줬다. 이 수석은 자신이 모시는 총리가 골프로 곤욕을 치르고 있던 지난 4일 태연히 골프를 쳤다. 아침 일찍 골프를 치고 와서 언론을 상대로 총리의 부적절한 골프에 대해 해명을 했다는 얘기다. 처음엔 골프를 안 쳤다고 했다가 언론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예약자 명단을 제시하자 그때에야 시인한 수법도 어디서 본 듯한 수법이다. 윗사람에게서 배운 대로 행동한 것이다.

    이 총리는 지금 물리적으로 총리 집무실에 머물러 있을 뿐 국민 마음속에서는 이미 총리직을 떠난 상태다. 몸만 총리 의자를 차지하고 있는 이 총리를 떠메고 가겠다는 이 정권이나 거기에 기대 자리를 보전하려는 이 총리의 처신이 안쓰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