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농촌에 아기 울음 소리가 끊어진 지 오래다. 한마디로 농촌에 젊은이는 없고 고령의 농민들만 모여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큰 문제이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

    농촌의 고령화가 지금보다 심각해 지면 우선 어떤 문제가 생길까? 농업이 제대로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농업의 기업화와 같은 변화가 이어지겠지만 그래도 우리 농촌이 번창하려면 젊은이들의 손길이 농촌에 더 많이 닿아야 할 텐데 큰일이다.

    농촌의 고령화와 그로 인한 농촌 인구 감소는 한나라당에도 영향을 준다. 한나라당의 특징은 영남 농촌 지역에서 많은 선거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영남 농촌의 인구가 날로 줄어들어 선거구를 통폐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한나라당은 손해를 보게 된다. 한나라당이 유리한 영남 농촌 지역 선거구가 줄고 도시 지역 선거구가 늘어나면 한나라당보다는 반 한나라 정당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젊은이 없는 농촌, 젊은이 없는 보수사회

    ‘아기 울음 소리’가 끊어진 곳이 농촌 말고 또 있다. 바로 한국 보수사회다. 젊은이들의 유입이 부족하니 보수사회가 번창해 나갈 수 없다. 아마 보수사회에 관심갖고 있는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간혹 이렇게 질문하는 분이 있다.

    ‘뉴라이트 행사나 보수단체 행사를 보면 젊은이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나는 되묻는다.

    ‘그런데 그 젊은이들이 왜 보수운동을 벌이지 않습니까? 왜 우리 사회에 보수의 영향력이 확산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지 않습니까?’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다시 되묻는다.

    ‘박근혜 대표 팬클럽들에 젊은이들이 얼마나 있는 줄 아십니까?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면 박 대표 팬클럽에 젊은이들이 우글우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젊은이 없어 보수 망한다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수사회는 태평하다. 저절로 젊은이들이 보수화되어 한나라당을 선택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표가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 젊은이들의 관심을 좀 끌어 주니 더욱 안심하는 눈치다.

    그러나 제발 좀 꿈에서 깨시라. 한국 보수 사회는 아직도 쿨쿨 자는 중이다. 젊은이들은 보수화되어도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열린우리당을 선택한다. 젊은이들이 정치성향으로 ‘보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좋아 마라. 현재 많은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보수정당은 바로 열린우리당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뭘까? ‘아저씨-아줌마 당’이다. 물론 한나라당을 혐오하는 젊은이들은 한나라당을 ‘수구 극우정당’으로 본다. 그리고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이 볼 때는 민주당 역시 ‘아저씨-아줌마 당’이다. 민주당을 수구 극우정당으로 보지는 않으나 낡고 부패한 정당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치 분위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생각해보자. 젊은이들 사회, 그러니까 20대들을 중심으로 보자. 전반적으로 20대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치에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20대 유권자 집단 가운데 ‘강력한 이해당사자’ 존재

    20대들 가운데 정치에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앙심과 보복의 문제

    ② 현실적인 신분상승 - 이해관계 보호의 문제

    ③ 본질적인 보수사회 불신의 문제

    먼저 앙심과 보복의 문제를 놓고 보자. 젊은이들은 희한하게도 ‘재벌 비리’를 언론지상에서 보면 한나라당을 떠올린다. 이미 한나라당이 권력을 97년에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나라당이 비리 재벌을 비호하고 있는 양 느낀다.

    이런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구체적으로 쓰도록 하겠다. 그리고 다음은 현실적인 신분상승과 이해관계 보호의 문제가 있다. 신분상승의 문제란 이런 것이다. 쉽게 말해 강남에 거주하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 김 아무개 씨의 아들 김 아무개 군과 영등포에 거주하는 평범한 가정 출신 박 아무개 군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강남에 거주하는 전직 고위 공무원의 아들 김 군은 무슨 일을 하든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젊은이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영등포에 거주하는 평범한 가정의 박 아무개 군은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원래 한국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면서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막혀 버린 결과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이 신분상승을 막는 ‘벽’이 더욱 두꺼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강남의 전직 고위 공무원 아들 김 군 같은 젊은이들만 잘 먹고 잘 살고 나머지 젊은이들은 못 먹고 못 사는 처지로 평생을 살다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젊은이들이 더욱 예민하게 느끼는 빈부격차

    여기서 한국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지금처럼 경제가 엉망인 상황에서 자신의 신분상승이 막힌다고 해서 보수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자신들의 일자리도 안 생기는데 말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한국 젊은이들의 생활 양식을 주의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일반 인문계 고교에서 일류대학을 진학하는 학생은 한 반에 한 명도 될까 말까하다. 그리고 서울시내 제법 괜찮은 대학 괜찮은 학과로 진학하는 학생은 기껏 다섯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 학생들은 어떻게 되나. 지방대학부터 시작해 전문대학, 심지어는 아예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해 버리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고교 시절 까지는 다들 비슷할지 몰라도 대학을 진학하고 나면 그 인간의 신분이 정해진다.

    가령 서울 근처의 경기도에 위치한 대학을 다니는 젊은이는 서울의 일류대학을 다니는 젊은이에 비해 사회적 계급이 낮은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같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도 신분 차이는 발생한다. 다음 학기 등록금을 ‘고민’하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부터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예쁜 여대생을 옆에 앉혀놓고 이번 방학에는 어디로 놀러갈까 ‘고민’하는 학생까지 천차만별의 학생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예는 취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직장 얻는 젊은이는 원래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원래 자기 보다 가진 자를 혐오하는 속성이 있다. 더군다나 일단 사회적 계급이 낮아지면 남에게 명령받는 신세가 된다.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남에게 명령받는 신세를 체험해 본 사람치고 윗사람에게 ‘봉변’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이 없으면 장가도 못 가고 시집도 못 간다. 사랑하는 여자나 남자가 있어도 경제 수준이 안 맞으면 결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니 젊은이들이 가진 자에게 이를 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