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1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가 쓴 '대학생 자녀의 좌편향 막기 위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에 힘입어 중·고교 교과서가 심각하게 좌(左)편향돼 있으며 전교조가 그런 교육을 부추기고 있음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대학에서의 그런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는 것 같다. 대학생은 성인이며, 대학은 학생이 선택하는 것이고, 교수는 학문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수의 연구와 저술, 그리고 사회활동은 그것이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두텁게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강정구 교수의 발언만 하더라도 그렇다. 만일 그것이 강단에서 이뤄졌더라면 실정법상의 문제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강 교수의 경우는 극단적이라 하더라도 요즘 우리 대학가엔 한국의 국가 정통성을 부인하고 수정주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교수, 다양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미명 아래 전통적 가치를 부정하는 교수가 부쩍 늘어났다. 몇몇 대학은 이런 주장을 드러내놓고 하는 교수들이 아예 주류(主流)를 이루고 있고, 그러잖아도 이상한 사회이론을 그럴 듯한 과목으로 포장해서 가르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교과목 개설과 교수의 강의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에 속한 것이며, 학생들은 대학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기에 대학에서의 이런 현상을 중·고교 교과서 왜곡과 같은 차원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실 대학은 학생이 선택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학생이 좌편향 교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학을 일부러 선택해서 갔다면 그것도 개인의 선택이므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과 부모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대학을 선택한다. 대학생은 성인이므로 좌편향 강의를 들어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른바 ‘386 운동권’들은 대학에 들어와서 수정주의 책을 읽고 좌파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들은 대학에서 어떤 과목을 공부하고 어떤 교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시장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반미 사회주의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 보낼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는 자녀가 다니고자 하는 대학의 교수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녀들이 다닐 대학과 학과가 편향된 이념을 전파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자녀들을 가르칠 교수가 친북(親北) 언동을 일삼거나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 같은 과격한 좌파를 좋아하는 부류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대학생들은 부모의 돈으로 대학을 다니는 것이고, 교수들은 결국 학부모들의 돈으로 연구하고 생활하는 것이니 학부모들의 이러한 관심은 정당한 것이다.

    미국의 명문대학 기숙사에 가보면 우편함에 월스트리트 저널이 많이 꽂혀 있는데, 대부분 학부모들이 부쳐주는 것이다. 미국 사회는 보수화돼 가고 있지만 유독 대학만이 좌편향돼 있다. 1960~70년대 신좌파 바람이 불 때 학교를 다녔던 운동권들이 이제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가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에 학생들이 기피하는 이상한 사회주의 교과목이 많은 것도 이런 것을 팔아먹는 좌파 교수들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도 학생들이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이라도 꾸준히 읽으면 졸업할 때엔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시장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의식 있는 미국 부모들은 자녀의 대학을 선택할 때 대학의 이념 성향도 고려하며, 몇몇 대학은 자기 대학에 좌파 교과가 없다고 홍보를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학부모들도 대학생 자녀들이 혹시 좌파 교수들의 ‘포로’가 돼 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