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위조달러 ‘슈퍼노트(초정밀 위조지폐)’를 대량으로 제조했다고 확신하는 미국과 ‘사실관계를 좀더 철저히 조사해봐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한전문 인터넷신문 ‘데일리NK'가 북한에서 흘러나온 100달러 지폐를 입수해 감식을 받아본 결과 슈퍼노트로 판명이 났다고 6일 보도했다. 


    데일리NK 특파원은 지난 2일 슈퍼노트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중국 단동에 도착,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대북 무역업자 이모씨를 소개받았다. 이씨는 중국 단동시 개발구에서 대북 무역을 하는 중국 K무역회사 소속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로부터 위폐를 구해줄 것을 부탁받은 이씨는 다음날 위폐를 건네며 “북한 대방(무역업자)으로부터 직접 입수한 100달러 위폐인데 상태가 좋다”며 “북한 대방으로부터 70달러에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무역회사가 나와있는 중국 단동과 장백, 도문 등에서는 일상적인 위조달러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또는 인민무력부 소속 무역업자들을 두세번 접촉하면 한결같이 위조달러를 팔아달라는 부탁을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이 지폐는 결국 위폐로 판명났다. 이 지폐를 감식한 외한은행 본점 금융기관 영업부 서택석 부장(외국화폐 감식전문)은 “정교하게 위조된 슈퍼노트가 분명하다”며 “2001년산 슈퍼노트는 흔하게 유통되지만 제작연도가 2003년으로 표기된 슈퍼노트는 국내에서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서 부장은 “2003년 슈퍼노트는 2005년 10월부터 본격 유통됐기 때문에 구 위폐감별기를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에서는 식별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폐만을 가지고는 어느 나라에서 제작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위폐가 북한에서 제작된 것이 확실해지면 상당히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산 슈퍼노트가 실재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1989년부터 10년간 대북사업에 종사했던 김찬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11년전(1995년경) 평양을 방문했을 때 한 안내원이 100달러를 30달러에 구입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다”며 “당시 기념으로 30달러에 구입해 외환은행에 감식을 의뢰하니 위폐라는 판정이 나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입수한 위폐를 아직도 보관 중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당시 단동에서도 대북사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한국 무역업자들이 북한의 위폐를 중간 거래하려고 했었다”며 “북한의 달러 위조는 1980년대 초반 이전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일리NK와 대북무역업자 이씨가 접촉할때 동석했던 한국인 무역업자 심모씨는 “위조 달러 말고 중국 위안화도 위조되고 있다는 것이 이 지역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중국 당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위조지폐 거래가 이루어지고 나면 마약이 그 다음 순서다. 마약 거래는 위폐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