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한국의 마지막 개명군주”

    지난 3월부터 ‘박정희와 쟁점들’이란 대주제를 갖고 월례 콜로키엄을 개최해 온 명지대 국제한국학 연구소가 9, 10일 이틀간 서울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 에셀홀에서 ‘박정희 시대와 한국현대사’를 주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를 종합평가하는 대규모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9일 ‘20세기 한국 경제사, 사상사와 박정희’라는 발표논문을 통해 “역사적으로 볼 때 박정희는 독재자가 맞지만 사회 내부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이 없었기 때문에 시대를 살펴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박정희는 1966년부터 13년간 매달 개최된 월간경제동향보고회와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쌍두마차로 하여 한국경제의 대질주를 진두지휘했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도 ‘조국근대화론 대 대중경제론’ 발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널리 알려진 대중경제론은 80, 90년대 들어 두 차례 변신한다"며 "그 변신은 애초 그것을 집필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변절이지만 박정희 모델의 입장에서는 투항의 과정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결국 김대중의 정치적 성공은 그가 그렇게 싫어하던 박정희 모델의 대외개방적 발전 전략과의 화해를 통해서 성취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이교수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인 경상대 장상환 교수는 “박정희 정권 당시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은 있었으나 개발 독재 주체로 나섰던 그 시대 역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억압해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그나마 민주화 투쟁이 있어 발전할 수 있었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장 교수는 특히 "경제발전은 박정희의 성과가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의 공"이라며 "외면의 성장만 갖고 독재를 정당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도 ‘박정희 시대의 민주화 운동’이라는 발표문에서 “유신체제는 한국전쟁과 반공주의, 1970년대 국가 정체성의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폭력적 지배의 정당성을 끌어낸 유사 파시즘”이라며 “이 시기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가 충돌한 것이 아니라 두 흐름이 국가주의, 안보·성장 담론과 충돌한 시기”라고 이 교수의 평가를 반박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파리정치대학 기 에르메 명예교수와 데이비드 강(미국 다트머스대) 스티븐 리(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박정희의 통치철학과 국가전략 및 박정희 시대를 재조명하고 이에 대해 토론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립적 시각의 국내외 학자들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나서 맞대결을 펼치며 좌우의 시각을 함께 아우른다는 점에서 색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