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7일자 여론면 '아침햇발'란에 이 신문 성한용 선임기자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40%를 넘어선 데는 이유가 있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외연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었지만 박 대표나 이 시장 개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최근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무게’가 느껴진다. 맹형규, 홍준표, 이재오, 박진, 박계동 등 모두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다. 경기도지사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김문수, 전재희, 김영선, 이규택 의원이 적극적이고, 남경필 의원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로 정치적 성공을 거둔 뒤 ‘차차기’ 정도에는 대통령에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이들이 가진 ‘꿈’은 멋져 보인다. 이들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 수도권을 활발하게 뛰어다니면서, 결국은 한나라당이라는 ‘파이’를 키우고 있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지지율 10%대에 머물고 있는 데도 이유가 있다. 아주 쉽게 말해 한나라당과 정반대 모습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내년 2월18일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지만, 몸은 아직도 행정부에 묶여 있다. 몸과 마음이 따로이니 부자연스럽다. 바싹 오그라들어 있는 모양새다. 정기국회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지만, 두 장관의 처신은 퇴진이 결정되면 곧바로 물러나야 하는 장관 인사의 관행에도 어긋난다. 노무현 대통령은 두 사람이 전당대회에 나가든 말든 장관을 더 시킬 생각이 없는 모양인데, 그럴 바에야 ‘그냥 던지고’ 나오는 것이 낫겠다. 

    더 심각한 것은 열린우리당 의원들, 특히 재선, 삼선급 ‘고참’들의 태도다. 내년 지방선거는 아직 6개월 정도 남아 있는데도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 열린우리당 침체의 모든 원인을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런 위험 부담이 없는, 당직이나 국회직, 장관직 진출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 교육 부총리를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이 “당에서 부르면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고, 권선택 의원이 대전시장 출마 선언을 한 정도다. 광역단체장 출마에는 의원직을 걸어야 하는데, 당선 가능성이 낮으니 달려들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만 살겠다는 것이다. 당은 죽든말든 관심이 없는 것이다. 얌체들이다. 이런 수준의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했던 것은 전적으로 ‘탄핵 사태’ 때문인 것 같다. 광역단체장을 꼭 국회의원이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에는 ‘꿈’과 ‘도전’의 정치인이 없고, 그래서 당이 침체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면 민주당과 통합하는 정계개편을 해서 2007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공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웃기는 시나리오다. 열린우리당이 완패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누수에 빠져들고, 열린우리당은 공중분해가 될 수 있다. 정계 개편을 ‘당하게’ 된다는 얘기다. 

    정당은 사람이 모인 곳이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정당은 정당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에는 지금 뭔가 계기가 필요한 것 같은데, 그 계기는 의원들, 특히 ‘창당 공신’들이 자기희생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희생은 그냥 희생이 아니다. 처음에는 무모해 보이지만 도전이 쌓이면 결국은 판을 움직인다. 그게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