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탁 논란에 與 수석대변인 "상황 좀 보자"野 "애지중지 현지 누나, 다시 화려하게 등장"
  • ▲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 ⓒ뉴스핌
    ▲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 ⓒ뉴스핌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민간협회장 인사 청탁을 한 데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정치권에서 재소환되면 불리하다고 판단해 '무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수석부대표의 인사 청탁 논란에 대해 "어제 오늘 워낙 바빴다"며 "오늘 이제 상황을 좀 보겠다. 드릴 말씀이 있는지는 상황을 봐서 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당 안팎에서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그간 불거진 논란에 대해 당 윤리감찰단에 즉각적인 진상조사를 지시했던 만큼 이번에도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 대표 취임 이후 주식 차명 거래 의혹에 휩싸인 이춘석 의원과 성추행 의혹으로 피소된 장경태 의원을 하루 만에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지난 2일 해당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당 지도부 차원에서 별도의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앞서 문 수석은 2일 밤 10시쯤 내년도 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비서관에게 "남국아, 우리 중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 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너도 알고 있는 홍성범"이라고 했다. 

    문 수석이 또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봐"라고 하자, 김 비서관이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지도부는 우선 "부적절하다"는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문제될 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것(인사 청탁)이 범죄 행위와 연관돼 있다거나 이런 성격의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문제는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할 성격의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도덕적·정치적·정무적으로 부적절한 것이지, 범죄 혐의를 전제로 하는 윤리감찰단의 진상 조사와는 조금 결이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문 수석이 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글쎄요"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실 인사와 여당이 인사 청탁을 주고받은 데 대해서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인사들에게는 모든 직책에 대해 인사를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두둔했다.

    이에 진행자가 '민간협회장 아니냐'고 지적하자 "뭐 그것은 부적절하다는 말씀 속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실의 인사 방식을 문제 삼는 동시에 김 부속실장이 "화려하게 다시 등장했다"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잠시 국민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애지중지 현지 누나 김현지 부속실장, 전 총무비서관이 다시 화려하게 국민 앞에 등장했다"며 "대통령실과 여당은 즉각 인사 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발표하라"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인사청탁 문자에서는 김 실장이 대통령실 핵심 실세로서 민간 협회장 인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며 "원조 친명 인사들조차 김현지 실장에게 한 수 접고 인사 청탁을 해야 할 정도라면 그 위세가 어느 수준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공적인 인사 시스템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끼리끼리 형님, 누나 부르면서 민간단체 인사까지 개입하는 인사 전횡이자 국정 농단의 타락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