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구속영장심사 앞두고 '내란재판부' 꺼내든 민주당…사법부 겁박내란 가담자 색출 위한 '헌법존중TF'…내로남불식 헌법 파괴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DB.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DB.
    "만약 추경호 의원 구속 영장이 기각(棄却)되면 그 화살은 조희대 사법부로 향할 것이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사법부를 이대로 지켜볼 수 없다며 내란재판부 설치 등 요구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결된 후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2일로 예정돼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정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조희대~" 발언은 판사가 민주당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하면 사법부 전체를 때려잡겠다는 겁박(劫迫)이나 다름없다. 헌법에서 규정한 삼권분립이 지키고자 하는 국민 기본권은 안중에 없다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자신이 공범 의혹을 받고 있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서 검사들이 집단 퇴정한 사태에 대해 직접 감찰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이 개별 재판에서 검찰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공정한 재판 진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인 동시에 명백한 불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지어 이재명 정부는 75만 명에 달하는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내란 가담자'를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개인 휴대전화 제출을 유도하고 비협조시 직위해제까지 할 것이라고 겁박하면서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과 맞물리며 이재명 정부의 '내로남불식 헌법 파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집중하다 '조국 사태'로 역풍을 맞았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시 '내란재판부' 꺼내든 민주당…대법원장 '거수기' 만드나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앞서 민주당은 내란특검이 청구한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내란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진행 중인 1심은 막을 수 없으니 2심부터라도 '내란특별재판부'가 맡도록 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허위사실공표죄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판사를 처벌하는 법 왜곡죄 ▲재판소원제(사실상 4심제) 등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모두 민주당 입맛대로 재판을 위한 반헌법적 법 개정이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안의 골자는 내란사건의 1·2심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내 특별재판부에서 전담 심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별재판부 판사 후보는 국회·법원(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해 구성된 9인 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한다. 

    문제의 본질은 그 시도가 단순한 위헌 소지를 넘어 헌법이 천명한 국가 운영의 근간인 삼권분립 원칙을 중대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회가 판사 추천권을 행사해 입법부가 사실상 재판부 인사에 관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여야 의석 분포에 따라 재판부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내란특별재판부는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침해한다. 형식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권을 갖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후보추천위원회가 정한 범위 안에서만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법원장이 '거수기'로 전락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오는 2일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에서 만일 기각될 경우 내란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판사들을 겁박하는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특별재판부를 만들고 특정 사건을 배당하려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재판과 사법권 독립을 명시한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향후 정권의 필요에 따라 사법부를 좌지우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까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 ▲ 이재명 대통령.ⓒ뉴데일리DB
    ▲ 이재명 대통령.ⓒ뉴데일리DB
    ◆헌법 논란 속 출범한 李 정부…'재판중지법'까지 강행

    이재명 정부는 원초적으로 헌법적 문제를 안고 탄생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전 혐의 12가지로 재판을 5건 받았는데 '대통령이 되면 내란죄, 외환죄 외에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를 앞세워 모든 재판이 중지됐다. 다만 불소추특권에 '진행 중인 재판'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률이나 판례가 없어 논란의 소지가 있음에도 사법부가 알아서 판단했다.

    그렇다보니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지난 10월 31일 이 대통령이 별도로 기소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달 초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재판중지법'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국정안정법'으로 포장해 이 대통령 재판 재개 논란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대통령실의 '입법 불필요' 입장이 전해지면서 당정 간 교감 없이 성급히 추진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지난 5월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적극적인 내란 동조 행위'라고 비난하며 조리돌림하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검찰청도 해체를 결정했다.

    심지어 얼마 전 검찰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판결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의 존재 이유를 말살한 이례적 결정이었다. "저쪽에서는 지우려 하고"라는 게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의 해명이었다. 법무부 쪽 압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침묵했다.

    며칠 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검사 4명이 퇴정한 것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면서 "사법부 독립과 존중은 삼권분립과 민주 헌정 질서의 토대"라고 말했다. 검사들이 법이 보장하는 판사 기피신청(형사소송법 18조)을 내고 법정에서 퇴정한 것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이 본인과 관련된 사건의 검사들을 감찰하라고 하는 것은 '수사 개입'이고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라며 "그건 형법상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란 공무원 색출하려는 말 뿐인 '헌법존중 TF'

    더 나아가 이재명 정부는 3대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내란 공무원'을 직접 색출하겠다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출범시켰다. "특검이 연장되는 바람에 지금 시점에서 이 조사를 하지 않으면 내년 인사에 반영할 수 없다"(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TF는 중앙행정기관 49개를 대상으로 비상계엄에 연루된 공무원들을 솎아내기 위해 인터뷰 심문, 서면조사, 디지털 포렌식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비상계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공무원에게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제출할 것을 유도하고 해당자가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하는 방법도 고려할 방침이다.

    TF의 컨트롤타워는 국무총리실이지만 사실상 이 대통령의 뜻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내란 극복도, 적극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헌법존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란 연루 의혹 공무원을 가려낸다는 하지만 실제 운영 방식이 과도하고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헌법을 위한다는 이름의 헌법 침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조사 범위가 49개 중앙행정기관 전체 공무원으로 확대되면서 사실상 모든 공직자가 잠재적 의심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를 통해 TF가 특정 정치세력의 '충성 검증' 또는 '정치적 숙청'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헌법을 존중하겠다'는 선언이 오히려 헌법적 가치인 절차적 정의, 권력분립,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약화시키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라며 "과거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집중하다 조국 사태로 이어지며 민심이 돌아섰던 상황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