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2심 항소 포기 후폭풍 확산7800여억 대장동 업자들 범죄수익 더는 다툴 수 없게 돼정성호 "'대장동 사건'은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 강변전국 검사들 "자발적 항소 포기 도저히 납득 안 돼" 반발검사장들 "노만석 대행, 포기 경위와 법리적 근거 설명하라"
  •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재판 선고가 내려진 뒤 지난 7일 항소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 전반에서는 이번 항소 포기가 그간의 검찰 관례를 볼 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라는 비판을 제기하며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논란이 확산하자 10일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갖고 "대장동 사건은 성공한 수사와 재판이었고 (대장동 수익금)몰수가 어렵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성호 법무장관 "'대장동 사건'은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

    정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갖고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한 것과 관련 "원론적으로 (대장동 사건은)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장동 사건은 통상 기준에 비춰봤을 때 검찰이 구형했던 양보다 두 사람이 많은 형을 선고받았고 양형기준보다 더 선고를 받았다"며 "공판검사들이 최선을 다해 공소유지를 해 합당한 결과를 냈다"고 했다.

    정 장관은 대검으로부터 항소 관련 사건보고를 받은 이후 "'알아서 항소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고가 대략적으로 문제가 안되는 측면이 있어 항소를 안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없다고 봤다"며 "대검이 일선부서에서 항소하려고 한다 보고했을 때 종합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검찰이 검찰청폐지, 수사권박탈이라는 국민요구에 따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고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 이런 정치적인 사건에 검찰이 계속 매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내란수괴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떤 국민도 상상하지 못했던 구속취소로 석방되는데 검찰이 어떻게 했냐. 일선 검사들이 제대로 반박했냐"고 했다.
  •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김만배 5700억·남욱 1000억 수익금 고스란히 챙기게 돼…'뇌물 무죄'도 확정

    다만 문제는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2심 재판은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나 일부 뇌물 혐의 등은 검찰의 항소 포기로 무죄가 확정되고 유죄가 나온 혐의에 대해서만 다투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의 1심 판결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검사가 이들이 벌어 들인 7886억원 중 7814억원을 추징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473억원으로 깎인 부분이다. 검찰은 범죄 수익을 최대한 많이 추징하기 위해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점을 지목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대장동 일당끼리 주고받은 뇌물 등을 추징액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이용한 서판교 터널 위치 정보 등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나머지는 공소시효를 넘겼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대해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내렸다. 배임에 따른 범죄 수익과 뇌물 등만 추징금으로 결정했다.

    검찰이 정상적으로 항소했다면 이는 2심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퉜어야 할 부분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 포기로 자본금 5000만원으로 7800억여 원의 수익을 거둔 대장동 일당에 대한 추징액은 거의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검찰은 당초 김씨에 대해 6111억원을 추징하려 했으나 1심이 428억원만 인정해 5683억원을 환수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남욱씨의 경우 검찰이 부당 수익이라며 구형했던 1010억원을 고스란히 갖게 됐다.

    대장동 일당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도 사실상 무죄가 확정됐다. 1심이 "배임액을 산정하기 어렵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만 인정했는데, 이것 역시 검찰의 항소 포기로 확정된 셈이다. 한 고법 판사는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부분은 항소심 심판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이 사건의 범죄수익을 몰수 추징할 수 없게 됐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이미 민사소송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공소 유지 잘해서 항소심에서, 물론 몰수추징 판결이 안 됐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가 명확히 확정된다고 하면 민사소송에서, 아니면 그게 확정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민사소송에서 관련 입증을 하게 되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검사장들 "항소 포기 납득 안 돼"…"대장동 범죄수익 수천억 환수 불가능"

    하지만 검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검사장들은 10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을 향해 추가 설명을 요청하고 나섰다.

    박재억 수원지검장,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18명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 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지난 8일 해당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검사장들은 "대장동 사건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며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선 검찰청의 공소 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 실무책임자인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검사는 전날(9일) 오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적어도 대검이 중앙지검과 판단이 다르다면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하며 왜 그러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어 적어도 중앙지검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대검 감찰1과 검사는 같은 날 이프로스에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며 입장을 개진했다.

    김 검사는 "1심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 관련 대법원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하면서 유사사례의 법리만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추징하지 않았다"며 "항소 포기로 김만배, 정영학, 남욱 등 대장동 민간업자는 수천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한 쟁점에 대한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잃었다"고 썼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일선에서 지휘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자 5명에 대한 1심 판결 항소 필요성'이라는 글을 올리며 천문학적 금액의 범죄수익 환수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검사는 "이번 사태로 남욱, 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되었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루어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도저히 항소를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었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