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내란 가담' 박성재 구속영장 기각형법 체계·헌법 질서 무시한 특검 수사에 제동특검 존재 자체에 대한 논란과 위상 추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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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뉴데일리DB
지난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내란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앞서 '내란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형법 체계와 헌법 질서를 무시한 채 내란 방조나 가담 혐의를 적용한 특검 수사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건희특검의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과잉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특검의 구속 영장마저 연쇄 기각되면서 특검의 존재감 자체에 대한 논란과 위상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덕수·박성재 구속 영장 연쇄 기각 … 특검 수사 '급제동'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의 상당성(타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15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피의자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공모·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단순히 계엄을 방조한 것을 넘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순차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을 뿐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사건을 검토한 법원은 사실상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과 함께 영장을 기각하면서 박 전 장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앞서 지난 8월 한 전 국무총리의 영장기각 때와 마찬가지 이유다. 당시 재판부는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확보된 증거와 수사 경과, 피의자의 지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
- ▲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 인도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다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 '내란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 특검 … '살인특검' 오명
법조계는 이 같은 판단이 예견된 결과라고 본다. 과거 특검 특별수사관을 지낸 김재식 에이펙스 법무법인 변호사는 "내란수괴죄에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는지부터가 논란"이라며 "내란죄는 집합범의 성격을 가지며, 교사범이나 방조범을 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란수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면 형의 불균형이라는 법리적 모순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또 "헌법재판소는 이미 한 전 총리와 박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탄핵 사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특검이 같은 사실관계로 내란 방조를 다시 끌어내는 것은 헌법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특검의 계엄 국무회의 관련 수사는 더 이상 확대가 어렵게 됐다. 당초 특검은 박 전 장관 신병처리에 이어 곧바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 조사하고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특검의 조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이 강압과 회유를 받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내란 특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은 양평군 공무원 A씨가 지난 2일 민중기 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후 지난 10일 양평군 양평읍 소재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특검 조사를 받은 직후 A 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문서에는 특검이 '과잉 수사'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에선 특검팀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강압 수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수사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강민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에 "특검의 폭주는 정의의 이름을 빌린 폭력"이라며 "이번 수사는 목표 달성형 수사, 즉 '결론이 먼저 정해진 조사'로 전락했다"고 썼다.
민중기 특검의 '리더십 부재'가 무리한 수사로 이어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경력 없는 판사 출신인 민 특검이 '우리법연구회'라는 이유로 여당에 의해 추천·임명됐고, 그 부작용이 발현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파견검사 전원이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민 특검에 전달하는 등 특검팀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