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2021.1.21 ⓒ뉴데일리DB
    ▲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2021.1.21 ⓒ뉴데일리DB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처리를 앞두고 주요 피의자를 줄소환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윗선에 대한 수사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특검 개시 전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21대 총선 이후 공수처가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뒷북'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수처가 제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미흡해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 국회가 법률로써 재조사를 추진하는 제도다. 현재 채상병 사건의 경우 공수처에서 한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수사 종결 이후 특검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해 온 이 전 장관 법률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공수처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공수처의 수사 방기 탓에 정치권에서 소위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정치권에서는 이제 수사를 맡은 공수처도 믿지 못하고 수사 결론이 나기도 전에 특검을 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권력기관을 견제해야 할 독립 수사기관이 검찰 등 타 사법기관에 도리어 견제 당하는 모습은 국민 신뢰를 잃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답답해서 내가 수사한다' '답답해서 내가 출석한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등 사건을 신속하게 규명하지 못했고 신중하게 다루지도 못했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로 지명된 오동운 변호사도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안고 설립된 공수처지만 지난 3년 동안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명실상부 독립적 수사기관으로서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부패 범죄를 일소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차기 수장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부진한 실적을 뒤로 한 채 쓸쓸히 퇴장한 김진욱 전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에 이어 오동운 후보자 역시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전 처장은 2021년 12월 초대 처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낸 입장문에서 "공수처 출범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잘 안다"며 짤막한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임기 중 보여준 모습도 짧은 소감 만큼이나 임팩트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공수처가 새 수장과 함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비로소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만일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과거를 답습한다면 공수처를 둘러싼 '무용론'과 존폐 여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