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민간업자' 정바울, 李 최측근 김인섭 통해 전방위 로비용도변경·공사 사업 배제·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등 특혜인허가 서류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결제'"의혹의 최정점은 이재명, 진상 규명 반드시 필요"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편집자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사건'과 더불어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실체가 여전히 안개속인 가운데 뉴데일리가 개발업자 정바울과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조서를 단독 입수했다. 6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검찰 수사 기록에는 이른바 '내부자들의 거래'가 이뤄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의혹의 눈초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본보는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사건의 숨겨진 흑막(黑幕)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8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해당 진술서에서 이 대표는 ▲용도변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토부가 요구한 사항이었으며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는 한국식품연구원측의 요구했고 ▲성남시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 참여시킬 의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자신은 "1원 한 푼 사익을 취한 것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백현동 개발사업 시행사 '성남알앤디PFV'의 실소유주이자 사건의 '키맨'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받은 각종 특혜들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허가 없이는 얻어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고 털어놨다.

    정 대표는 구체적으로 ▲지구단위계획 및 주택건설사업 계획 ▲주거용도 위주 용도지역 변경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 배제 ▲임대아파트 비율 및 기부채납 축소 ▲단독 개발 시행 등이 모두 '시장 허가사항'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백현동 아파트가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된 '옹벽' 역시 이 대표의 허가 없이는 세워질 수 없었다며 모든 특혜의 배경에 이 대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용도변경 보고서에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 '서명'

    정 대표가 백현동 사업 초기 가장 집중했던 사안은 자연녹지보전지역이었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시키는 것이었다. 자연녹지보전지역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용도가 변경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용도지역 및 도시계획시설변경은 ▲토지소유자의 입안 제안 ▲기초조사 ▲주민(지방의회의) 의견청취 ▲입안 ▲관계기관(부서) 협의 ▲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고시 ▲지형도면 작성 및 승인고시 ▲송부 ▲열람 ▲타당성 재검토(5년 간격) 등의 절차를 거친다. 

    정 대표는 지난 2014년 1월 한국식품연구원과 부지 매각과 관련 합의(MOU)를 하고 한국식품연구원 명의로 부지의 용도변경을 성남시에 모두 3차례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는 2014년 12월 용도변경 조건으로 정 대표에게 '산업시설(R&D)용지와 주거용지 비율 5:5'를 제시했지만 정 대표는 수익률 확보를 위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주거용지가 더 필요하다며 김 전 대표를 통해 조정을 요구했다. 이후 정 대표는 성남시 도시계획과 공무원 김모씨로부터 먼저 '4:6로 내보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고 이를 적용해 3차 제안서를 제출했다. 

    2015년 3월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 주거환경과는 한국식품연구원의 3차 용도변경 제안을 검토한 보고를 당시 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올렸고 이 대표의 서명으로 백현동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확정됐다. 보고서에는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변경 ▲R&D용지와 주거용지와 비율 4:6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조건이 담겼다. 

    성남시는 정 대표 측이 아파트 부지를 늘리기 위해 산지를 전용하고 50m 이상 깎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묵인했다.

    산지관리법 제14조 제1항은 산지전용을 하려는 사람은 그 용도를 정해 산지의 종류 및 면적 등의 구분에 따라 산림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비탈면(옹벽 포함)의 수직높이는 15m 이하로 제한된다. 산사태 등으로 옹벽이 붕괴될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감사원이 2022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남시는 비탈면에 건축 벽체(35m)를 붙였다는 이유로 복구 대상이 아닌 '지하굴토'로 간주해 안전 우려가 있는 착공신고서를 그대로 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6월 진행된 8차 검찰조사에서 "팀장 뿐 아니라 과장, 국장도 시장의 지시나 결정 없이 이렇게 할 수 없다"며 "시장 뜻이 아니면 (당시 성남시에서 최고 영향력을 행사했던)정진상 전 실장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 ▲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와 관련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와 관련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정바울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에서 배제해달라" … 이재명이 '승인'

    정 대표 등이 백현동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사업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제됐기 때문이었다.

    성남시 산하 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 사업에 참여해 민간 개발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배분받아 시민들을 위한 사업에 쓰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백현동 사업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완전히 베제됐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지난해 5월 3차 검찰조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내 수입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사를 (백현동 사업에서)빼달라는 취지로 김 전 대표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요구사항은 김 전 대표를 통해 정 전 실장에게 전달됐고 성남시는 2015년 5월 '공사의 사업참여' 조건이 삭제된 '아파트 부지에 대한 성남도시관리계획(용도지역 등) 결정(변경) 및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주요 내용을 성남시 홈페이지 고시·공고 게시판 등에 게시했다. 

    이후 성남시의회의 용도변경 절차에서도 '공사의 사업 참여' 조건은 사라졌다. 이 대표는 2015년 9월 해당 문건을 최종 승인했고 이듬해 7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백현동 개발사업에서 빠졌다. 

    정 대표는 지난해 6월 8차 검찰조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서 배제된 것 역시 성남시와 사전에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공사의 사업 참여' 조건은 중요한 내용인데 이 부분이 빠진 계획서는 사전에 성남시 도시계획과 담당 공무원과 이야기가 되지 않고서는 접수될 수 없다"고 밝혔다.

    누군가 '윗선'의 관여가 있지 않으면 서류 접수조차 불가능한 사안이 김 전 대표에 대한 청탁으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결재'로 기부채납·임대아파트 비율까지 축소

    정 대표의 수익을 늘려준 기부채납과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역시 이 대표의 허가 하에 진행됐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정 대표와 MOU를 맺기 전 공공기여 방안으로 R&D용지로 지정된 부지의 50%와 R&D센터 건물을 지어 성남시에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증서를 작성했다.

    아울러 토지 매각 시 토지 매수자가 이행 조건을 승계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기부채납 해야 할 '신축 R&D센터 건물'을 시행사가 보유하게 되는 나머지 R&D용지 50%와 맞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시행사 측 R&D용지의 대부분이 원형보전지(생태가 우수해 가급적 원형을 보전하고 지형변화를 최소화하도록 지정된 지역)로 지정돼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김 전 대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청탁했고 성남시는 2016년 1월 기부채납 대상에서 R&D센터 건물을 삭제하고 원형보전지가 포함된 시행사 측 R&D용지를 기부채납 받는 내용으로 공증서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357억 원의 가치가 있는 R&D센터 건물 대신 최대 142억 원의 가치를 지난 R&D용지를 떠안아 215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여기에 정 대표는 2015년 12월 '기부채납지가 늘어났다'며 성남시에 임대아파트 비율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R&D용지 대부분이 기부채납지로 성남시에 귀속됐으니 시행사 측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일반분양분을 늘려 달라는 취지였다. 정 대표 요청에 따라 100%였던 임대아파트 비율은 10%로 줄고 나머지 90%는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이 내용이 담긴 성남시 도시계획과 보고서도 2016년 1월 이 대표의 최종 결재가 떨어졌다.

    정 대표는 지난해 6월 8차 검찰조사에서 "임대주택 비율 축소는 국·과장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성남시장 혹은 성남시장의 승인을 받은 정 전 실장의 동의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배제하고 각종 특혜를 줘 성남시 등에 215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심리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대주주 김만배) 등 민간업자에게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7886억 원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정 전 실장과 공모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미리 선정해 211억 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준 의혹도 받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