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중대 오명 쓴 녹색정의당 원내진입 실패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종현 기자
    조국혁신당이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2석을 확보해 제3정당으로 발돋움했다. 주목할 점은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두 정당은 총선 기간 내내 연대 의사를 내비쳤지만 합당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며 묘한 긴장관계를 보였다. '민주당 2중대'로 불리는 조국혁신당이 같은 오명을 쓰고 원내 진입에 실패한 녹색정의당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당은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과 연합해 녹색정의당을 만들었지만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원외 정당으로 머물게 됐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5석을 얻어 총 6석을 확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참패 수준이다. 지도부의 성추문과 당 정체성 혼란, 현역 의원 이탈 등을 계기로 정의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발단이 된 건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의 대처였다. 진보정당임을 자처해온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에 침묵하거나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한 뒤 잠시 독자 노선을 걸었던 정의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쌍특검(50억클럽·김건희 특검법)'에 힘을 실어주면서 또다시 '민주당 2중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과 뿌리가 같은 조국혁신당도 선거 전부터 여권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국 대표가 22대 국회 첫 번째 행동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에 대한 특검법 발의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총선 이튿날인 전날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서 조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선거 전 "우군보다 아군이 필요하다"며 조국혁신당을 견제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우호적인 자세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대여 공세에 조국혁신당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은 뒤 "조국혁신당도 국민들께서 권한을 위임한 중요한 또 하나의 정치 세력이기에 당연히 존중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이 독자적으로 세력을 키워 민주당과 경쟁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비례정당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소수정당 등과 연합할 경우 원내교섭단체 조건(20명)을 충족할 수 있다. 아울러 민주당 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 일부 의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시나리오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전략적으로 민주당과 공조하면서 더 선명한 야당 색채를 보이려고 노력할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 동반자나 적대적 공생 관계로 이어질 것 같다. 조국이 부상하면 이재명 대표도 곤란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