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재활센터, 쓰레기소각장 등 지역별 여론 의식'님비'와 '핌피' 사이에서 표심 잡을 공약 봇물 건설적인 대안 제시 없이 반대 여론에 편승한다는 지적
  • ▲ 이재영 국민의힘 강동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 공약.ⓒ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이재영 국민의힘 강동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 공약.ⓒ중앙선거관리위원회
    '4·10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서울 지역구 출마 후보들이 기피·혐오시설 건립을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득표를 위해 '님비(NIMBY) 현상'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필수시설 건립을 두고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선거 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서울 강동구 길동에 건립하기로 한 '서울동부(마약류) 중독재활센터'. 해당 지역구인 강동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22대 총선에서 '민심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동을 선거구는 3선 강동구청장 출신의 현역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후보와 이 지역에 세 번째 도전하는 국민의힘 이재영 후보가 리턴 매치를 벌인다. 두 후보는 모두 단수 공천을 받았다.

    강동을 사수에 나선 이해식 후보는 길동에서 시의원을 했고 3선 구청장을 역임해 지역 현안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길동에 건설 예정인 마약중독재활센터 설치 전면 백지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공약했다. 

    다만 그가 강동구청장을 지낸 2014년 강동구가 마약 중독자 치료 사업을 적극 벌인 것과 대조된다. 게다가 이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마약 중독자 등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을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맞서는 이재영 후보 역시 이 지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마약중독재활센터 건립 절대 반대를 내세웠다. 결국 이 재활센터는 주민동의 없이 추진하다가 반발 끝에 중단된 상태다.

    반면 두 후보 모두 정부가 노선을 검토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의 천호역 유치를 앞다퉈 1호 공약으로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이 바라는 시설은 적극 유치하는 반면 기피·혐오시설은 결사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마포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 공약.ⓒ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마포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 공약.ⓒ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마포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도 쓰레기소각장 신설을 두고 부지 지정 철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마포구 상암동을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부지로 최종 선정하면서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들은 여론을 의식한 듯 저마다 '소각장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지역 현역인 정청래 민주당 후보는 서울시에 '소각장 건립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입지 선정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 연구 용역을 통해 들여다보기로 했다.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 역시 "의원 당선 시 직을 걸고 소각장 건립을 저지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녹색정의당 장혜영 후보는 소각장이 지어졌던 곳은 신규 소각장 신설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공약했다.

    일각에선 지역구 의원 후보가 유권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고 선거의 순기능이라고 주장한다. 주민들의 여론을 대신 반영해 입법을 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적인 대안 제시 없이 반대 여론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마약재활센터나 쓰레기소각장은 어디에든 지어야 하는 필요시설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에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이나 쓰레기 매립장 등 생명안전과 혐오의 영역에서 님비가 주로 빚어졌는데 최근엔 장애인 학교나 임대아파트 반대 등으로 확대됐다"면서 "여기에 편승하고 나아가 부추기기까지 한다는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