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L이앤씨 사옥인 돈의문 디타워. ⓒDL이앤씨
    ▲ DL이앤씨 사옥인 돈의문 디타워. ⓒDL이앤씨
    DL이앤씨 새수장으로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가 낙점됐다. 인적분할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를 이끌었던 배원복 DL 부회장, 마창민 전 DL이앤씨 대표에 이은 3번째 비(非)건설인이자 LG전자 출신이다.

    당초 마창민 전 대표가 실적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날때만 해도 업계에선 '건설통' 내부인사 선임을 점쳤다. 실적부진 원인중 하나로 마 대표의 전문성 결여를 꼽는 의견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최고경영진은 'LG맨'을 택했다. 서 대표 내정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선 "이쯤되면 DL이앤씨가 아닌 DL전자 아니냐"는 비아냥섞인 반응도 나왔다. 

    서 대표로선 실적개선을 통해 '비 건설인' 리더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야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DL이앤씨는 2021년 인적분할 및 사명변경후 3년간 주택비중을 줄이고 플랜트와 친환경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데 전진했다. 

    건설기업 이미지를 벗고 종합솔르션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DL이앤씨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별도기준 △2021년 6797억원 △2022년 4026억원 △2023년 2218억원으로 3년새 3분의 1토막 났다. 

    부동산침체로 업계전반이 어렵긴 했지만 영업익 감소율만 놓고 보면 DL이앤씨 부진이 유독 눈에 띈다. 

    최근 3년간 DL이앤씨 영업익 감소율은 별도기준 평균 67.4%로 경쟁사인 △대우건설 32.6% △포스코이앤씨 58.4% △롯데건설 36.9% 등을 압도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순위만 하더라도 2021년 8위에서 2022년 3위로 뛰어올랐지만 1년만에 다시 6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주택부문 부진을 신사업과 해외시장에서 만회하지 못한 까닭이 크다. 

    실제 이기간 해외시장에서 눈에 띄는 메가프로젝트를 수주한 건 단 한건도 없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를 보면 DL이앤씨는 대림산업 시절인 2017년 누적수주액 4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2021년이후부터는 7~10위권에 머물고 있다. 

    주택사업 경쟁력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지난해 도시정비부문에서 2조3274억원 수주고를 올리며 3위를 기록했지만 대부분 수의계약이었고 과천주공10단지 등 경쟁입찰이 예고된 사업지에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에도 마수걸이 수주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종합해보면 현재 DL이앤씨는 특출난 분야가 없는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 있다.

    하이엔드브랜드 '아크로'를 론칭해 강남권 도시정비시장을 휩쓸고 해외현장 곳곳을 누볐던 대림산업 시절 '야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제 공은 신임대표로 넘어갔다.

    최우선 과제는 실적회복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사업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주택부문 힘을 과도하게 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주택이 살아야 현금이 돌고 신사업 투자여력도 생긴다.

    부동산시장 사이클이 다시 호황기로 돌아올 때를 대비해 영업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담금질이 필요하다.

    새수장 진두지휘 아래 DL이앤씨가 과거의 '건설명가' 자존심을 되찾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