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임종훈 vs 송영숙·임주현 상속세 납부·R&D 자금 확보 고민OCI그룹 통합 걸려 있어 승자독식 경쟁 '점입가경'한미약품그룹 성장 위한 현실성 있는 계획에 무게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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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너일가(형제 vs 모녀) 간 다툼이 연초부터 시끄럽다. 이종 산업을 하는 대기업과의 통합여부를 두고 오너일가 간 지분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50년이 넘는 업력을 보유하면서 국내 제약사 매출 기준 톱5에 드는 한미약품그룹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처한 현실은 같다. 창업자인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타계 후 5400억원이 넘는 상속세에 대한 리스크 극복과 함께 신약 연구개발(R&D)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 앞날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화학, 태양광 등 이종 사업을 하지만 대기업으로서 든든한 자본력을 보유한 OCI그룹과 제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칼을 먼저 빼들었다.

    하지만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이 추진하는 OCI그룹과 통합은 사실상 OCI그룹의 제약사업부문 중간지주사로 편입되는 형태여서 한미약품그룹의 존속이 불투명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이종 산업간 통합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제약부문 투자 계획 및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며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에 공격의 빌미를 내주고 있다.

    이에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제약부문 비전문가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다며 경영복귀 의사와 함께 지분 경쟁을 선언했다.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복귀해 OCI그룹과 통합 계획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종윤·임종훈 사장도 한계는 분명하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2020년 8월 고 임성기 회장의 타계 후 5년 동안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임종윤 사장은 지금까지 352억원의 상속세를 내 앞으로 3년 동안 706억원을 추가 납부해야 하는데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 임종윤 사장의 경우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대부분을 주식담보대출에 활용하고 있어 주식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한미약품그룹과 임종윤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리그룹, DXVX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비현실적이다. 자산총액 1010억원에 지난해 매출 467억원을 올리고 1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DXVX가 한미약품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임종윤 사장은 가현문화재단, 한미사진미술관 등에서 이사장, 관장 등의 공식 직함을 달았던 송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이에 송 회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살림만하다가 경영일선에 나온 게 아니라 임성기 회장을 보필하며 ‘송 실장’이라 불렸을 정도로 회사의 인사, 정책 등 모든 사안에 관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 회장 측은 오히려 임종윤 사장의 불성실한 경영스타일을 저격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지낸 10년간 거의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고 한미약품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3년 상반기 열린 5차례의 한미약품 이사회 중 임종윤 사장은 단 한 차례만 참석했다.

    양측 모두 창업자인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강조해 온 글로벌 신약 개발 유지를 이을 적임자로 자신들을 앞세우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1조4901억원, 영업이익 2207억원을 올렸다. 2018년부터 6년 연속 원외처방 1위 매출을 달성했을 정도로 자체 개발한 개량·복합신약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돈’이 형제 대 모녀 간 갈등의 원인이다.

    타계한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이런 모습을 보려고 한미약품그룹을 세우고 신약개발에 매진했을까. 국내 굴지의 제약사가 내보인 민낯에 씁쓸함을 지울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