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활동…같은 네덜란드 출신 츠베덴 음악감독과 절친한 사이
  • ▲ 1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정상윤 기자
    ▲ 1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정상윤 기자
    2002년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78) 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첫 홍보대사가 됐다.

    서울시향 홍보대사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서울시향이 자체적으로 홍보대사를 위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얍 판 츠베덴(64) 서울시향 음악감독과 함께 2028년 12월 31일까지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그는 2002년 7월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된 바 있다.

    히딩크 전 감독은 서울시향의 해외 순회공연에 동행하는 등 서울을 전 세계에 알린다. 서울시향이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한 음악회, 함께!' '아주 특별한 콘서트'와 연계한 프로젝트 홍보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과거 축구선수 시절 학교를 방문해 선수들을 만났는데, 음악과 교육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 1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1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이날 히딩크 전 감독은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위촉장을 수여받았다. 오 시장은 "스포츠와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두 명장의 협업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서울시향의 활약을 기대하며, 문화와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자와 동행하는 '매력적인 서울'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 전 감독과 츠베덴 음악감독은 서로의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하거나 남프랑스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낼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히딩크는 지난해 츠베덴이 서울시향을 맡는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홍보대사직을 흔쾌히 수락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수년 전 히딩크가 TV에서 츠베덴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먼저 연락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운동복을 입고 세밀하게 연주를 다듬어가는 과정을 봤다. 각 연주자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고 한 팀이 되도록 만드는 지휘자의 역할이 축구 감독과 많이 유사하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히딩크는 츠베덴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위해 1997년 설립한 '파파게노 재단'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또 2007년 '히딩크재단'을 설립해 장애인·다문화가정·취약계층 등의 어린이들이 축구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드림필드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 ▲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와 츠베덴은 남프랑스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낼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서울시립교향악단
    ▲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와 츠베덴은 남프랑스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낼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서울시립교향악단
    츠베덴 감독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전설적인 히딩크가 연락을 줬을 때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향한 눈을 가지고 있다. 각자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누군가를 도와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축구와 오케스트라는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야 한다는 부분에서 닮았다. 히딩크와 츠베덴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 지칠 줄 모르는 열정, 한국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지닌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츠베덴은 "삶에 있어 스포츠와 예술,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 준다"고 강조했다.

    이날 히딩크는 현재 공석인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완벽한 한 팀을 구성하고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릴 줄 아는 얍 판 츠베덴을 추천하고 싶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에 츠베덴은 "지금은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고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최근 아시안컵에서의 한국 축구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에 대해 드릴 말씀은 있지만 이 자리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며 "지금은 오는 4일 있을 서울시향의 경기(연주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