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판세 가를 서울 지역구 부동산 공약 분석서울시민 최대 관심사 '부동산·지역개발'…1위는 주택공급여야 모두 노후지역 재개발·재건축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현가능성은 낮아
  •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연합뉴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열흘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서울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이 서울 시민의 민심을 잡기 위해 부동산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표심을 잡으려면 온 국민의 관심사인 집값과 연동되는 주택공급, 지역개발, 교통환경 개선 등을 그냥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은 메가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야당은 주거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본주거 등을 부동산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총선 승리를 겨냥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장과 비교해 국회의원이 지역 내 변화를 만들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보니 공수표가 남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지역개발'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1위는 '주택공급'이 차지했고 이어 ▲서울주택도시공사 ▲신속통합기획 ▲공공재건축 ▲정비사업 ▲공공재개발 ▲9호선 ▲공공임대주택 ▲공공주택 ▲김포골드라인 ▲5호선 ▲임대차 3법 ▲상승폭 ▲신혼부부 ▲역세권청년주택 ▲규제완화 ▲도시건축공동 ▲재건축사업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 ▲재건축단지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선관위가 2020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온라인 언론기사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지역별 유권자의 관심 이슈를 정리한 '공약이슈트리' 서비스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언급량이 많았던 주요 키워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시각화한 것이 특징이다.

    정당·후보자·유권자가 관심 지역의 공약이슈를 키워드를 통해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정당·후보자의 정책·공약 개발을 돕고 유권자의 정책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시·도별 주요 관심 주제 5개가 나타나며 주제별로 주요 키워드 20개가 함께 제시돼 총 100개의 공약이슈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볼때 서울 시민들은 부동산 및 지역개발 이슈에 민감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중에서도 '주택공급'이 1만1312건으로 부동산 전체 4만9221건 중 23%나 차지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 할 것 없이 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역구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보니 전국적인 정책보다는 주택공급과 정비사업 활성화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춘 공약들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여야의 합의 가능성과 정부의 추진 의지 등을 따져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22대 총선에 나온 서울 종로구 후보들.ⓒ중앙선거관리위원회
    ▲ 22대 총선에 나온 서울 종로구 후보들.ⓒ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표적으로 과거 대권 후보들의 시험대 역할을 하면서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는 전국 254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후보를 비롯해 대선 주자 출신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 개혁신당 금태섭 후보 등 총 7명이 출사표를 냈다.

    곽 후보는 부동산 공약으로 강북횡단선 경전철(청량리~목동)을 조기 착공해 평창동과 상명대를 경유하겠다는 뜻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이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E 노선 평창역을 조속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냈다.

    창신·숭인동 지역 주민친화적 주거환경개선을 통한 도심 활력을 회복하고 청운효자·평창·부암동 등 자연경관지구 층수를 3층에서 4층으로 완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전세사기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전세보증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에 맞서 최 후보는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 내부순환 급행전용 철도망 구축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철도망이 갖춰지면 강남역에서 광화문까지 현재 40분에서 18분으로, 강남역에서 신촌역까지는 현재 42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된다. 현 서울 2호선보다 더 좁은 순환선을 만들고 정차역을 줄여서 급행 효과를 내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곽 후보와 마찬가지로 강북횡단선과 GTX-E 노선의 신속 개통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이어 여당 후보인 만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뉴빌리지' 사업을 도입하고 재개발·재건축 사업 활성화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연경관지구 고도제한 완화, 문화재보존지구 개발제한 완화 등도 공약으로 발표했다.

    개혁신당 금 후보는 품격있는 재개발을 통해 종로를 프랑스 파리처럼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혁신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창신·숭인동 지역을 봉제공장을 최신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고 노후건축물을 재개발해 업무중심지구로 재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창신·숭인 신속통합기획 개발로 직주 근접 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파리 발 드 센트 국립고등건축학교 건축학 석사 출신인 새로운미래 진예찬 후보는 건축법을 재정비해 중구난방식 건축환경을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행정건축가 허가제를 도입하고 곳곳의 낙후지역의 전통성을 살리면서 현대화하는 작업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청계천 복원 등 건축가로서의 장점을 살려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 ▲ 서울시 공약이슈트리 5개 테마.ⓒ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서울시 공약이슈트리 5개 테마.ⓒ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 중·성동을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이혜훈 후보 역시 지역 재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하태경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2차에 걸친 경선 끝에 국민의힘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은 '경제통'으로서 서울 서초에서 3선을 지내며 이룬 재개발·재건축 신화다. 이를 중구에서 다시금 실현하겠단 게 그의 핵심공약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명동과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를 '국제문화 교류 특구'로 탈바꿈해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과 같은 세계적 관광지로 만든단 구상이다. GTX-B가 DDP에 정차하도록 하고, 신안산역에 만리재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현역 의원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그동안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세입자 월세 소득공제, 착한임대인제도 연장 등을 발의했다. 이번에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1가구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공약했다. 주택담보대출자의 소득공제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주거 환경 취약지역이 많이 분포돼 있는 성북갑 지역구 역시 도시 재정비가 주민들의 필수 불가결한 사안이다. 주민들은 이를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민주당은 재선 성북구청장 출신이자 지역구 현역 김영배 의원을 다시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운동권 출신인 김 후보를 겨냥해 '전향 운동권'으로 알려진 이종철 후보를 내세웠다. 여기에 19·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성북갑 국회의원을 지낸 새로운미래 유승희 후보가 뛰어들었다.

    각자가 적임자라면서도 해결책에 있어선 온도차가 존재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이 후보는 '강력한 재개발 추진'을 약속했다. 민주화 이후 9번 치러진 선거에서 8번이나 민주당이 당선됐지만 오히려 주변 지역에 비해 낙후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미래 유 후보는 이미 추진 중인 재개발에 대한 신속한 마무리와 함께 원주민 권익 보호를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현역 의원인 김 후보는 강북횡단선 경전출 유치와 정릉·길음 상습 교통정체구간 해소 방안 추진 등을 첫번째 공약을 내놨다. 노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합리적 규제 개선 및 공공개발 지원 등도 약속했다.

    이처럼 여야 할 것 없이 부동산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이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개발 공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전체 6899개 공약 중 지역개발 공약은 1604개(2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개발 공약의 이행률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1월 말 21대 지역구 국회의원 251명(공석 2명 제외)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도 및 의정활동 평가를 시행한 결과, 재정 공약 완료율은 50.54%에 그쳤다. 특히 재정이 필요한 공약 중 28.3%는 재정 내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의 공약 중 78.40%가 개발 위주의 지역공약이었다. 입법 공약 비율은 14.94%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운동 기간 입법 관련 활동보다 지역개발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선거 때마다 재개발 사안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정치인들에게도 피로감을 내비쳤다. 성북구의 한 주민은 "오래전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제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들은 손에 꼽는다"면서 "선거 때마다 재개발 소리가 나오는데 그뿐이고 선거가 끝나면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