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당의 거듭된 요청에 결단 내린 듯이종섭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대응""외압 왜곡보도…공수처 6개월 넘게 뭐했나"文정부, 법 개정…軍 '3대 범죄 수사권 박탈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과 야권의 '도주 공세'를 받았던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사의가 수용됐다.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이자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 차 다시 귀국한 지 8일 만이다.

    외교부는 29일 공지를 통해 "이종섭 주호주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와 같은 특임공관장은 형식상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외교부 장관의 사의 수용은 사실상 대통령의 재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대사의 조기 귀국과 사퇴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거듭된 요청을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이 대사가 이날 사의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섭 "조사기일 지정촉구서 제출에도 공수처, 수사기일 안 잡아"

    앞서 이 대사는 이날 오전 법률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를 통해 "오늘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저는 그동안 고위공직자수사범죄수사처(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면서 "저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를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현지 부임 뒤인 지난 21일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 차 귀국한 당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22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25일 석종건 방사청장을 면담하고 28일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사는 사의를 표명한 29일 오전 한국무역보험공사 방문에는 불참했으며, 사의가 수용되자 오후 한국무역보험공사 방문 일정은 취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사가 국방부 장관이었던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은 경찰에 이첩했던 채상병 사건 관련 기록을 회수하고 재이첩한 것을 '수사 외압'이자 '수사 방해'라고 규정하며 이 대사,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했다.
  • ▲ 2021년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27명 중 찬성 135명, 반대 63명, 기권 29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 2021년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27명 중 찬성 135명, 반대 63명, 기권 29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이종섭 "외압 행사는 왜곡보도 … 공수처, 6개월 넘게 뭐했나"

    그러나 군은 2022년 7월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3대 범죄'(군인 사망 관련 범죄, 성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박탈당한 만큼 민주당의 수사 외압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회는 2021년 8월 31일 민주당 주도로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골자는 그동안 군사법원의 재판 대상이었던 3대 범죄를 1심부터 일반 법원이 관할하고, 군이 3대 범죄의 수사 권한을  경찰, 검찰 등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는 것이었다.

    이 대사는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수사 외압 의혹과 도피 의혹을 일축하며 공수처의 신속한 소환 조사를 촉구해왔다. 그는 지난 19일 "언제든 출석해 조사에 응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며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 촉구서를 제출했다. 27일 공수처에 법률대리인을 통해 '해병대 채상명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수사 촉구 및 법리 해석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며 "정말 조사가 필요하다면 신속히 일정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의견서에서 이 대사는 "공수처 사건은 이와 별개의 외압 의혹 사건으로 그 사실관계는 언론 보도, 국회 질의나 답변 등으로 이미 국민들께 공지가 돼 사실상 모두 다 드러나 있다"며 "다만 사실과 다른 일부 보도는 누군가 언론에 흘려 이뤄진 왜곡보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표적으로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빼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 해병대 막 수사단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법령이 부여한 직무상 권한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고 그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민주당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무효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며 "그러나 수사가 아니어서 수사외압이라는 논리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에 고발 내용은 그 자체로 범죄가 될 수 없는, 즉 정치공세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 고발 내용으로 공수처가 고발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뒤늦게 출국금지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퇴임 후인 지난해 11월 초 4박5일 해외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며 "본인도 알지 못했던 출국금지 사실을 특정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보도하고 급기야 '출국금지 중요 피의자 호주대사로 임명, 금지 풀어 해외도피'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그런데 공수처는 출국금지가 필요하며 여전히 출국금지 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오히려 그러한 정치공세에 힘을 실어 줬다"며 "이에 공수처에 묻고 또 요청한다. 이미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나 있는데 도대체 향후 수사로 더 밝혀야 할 고발 관련 의혹이 무엇인가. 정말 수사를 위한 시간이 부족했나"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를 향해 "고발장을 접수한 지난해 9월 6일부터 6개월 이상 지난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나. 올해 1월 압수수색 분석 작업이 아직도 안 됐다는 것인가. 당분간 소환조사 계획도 없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사건을 방치할 거라면 출국금지는 왜 했나"라며 "고소고발 사건은 수리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257조 의무 규정을 알고 있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군의 수사권이 배제된 민간 경찰 이첩사건으로 군 수사권을 전제로 하는 수사외압은 성립될 여지가 애당초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틀린 것인가"라며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한 내용은 빠짐없이 민간 경찰에 전달됐다. 도대체 무엇이 없어지고 무엇이 은폐 됐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