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익 해치지 않길" 우회적 압박
  •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서 한국과 한국기업을 끌어들이며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발전포럼(CFD) 참석을 위해 중국을 찾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한편 잘못된 판단으로 해를 입지 말라고 경고했다.

    25일 중국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을 통해 중국발전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언급하며 "SK하이닉스에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겠다는 결심을 보여준다"고 썼다.

    이어 "중국은 중요한 반도체 소비국이고,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을 놓치면 생사가 걸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중국 투자를 계속하고 첨단 반도체를 더 개발하는 흐름을 따라잡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대중 수출 규제에 합류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타임스는 곽 사장의 이번 방중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협조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SK하이닉스를 언급한 논평은 한국 기업들에게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90억 달러(약 12조원)를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며 다롄 공장을 넘겨받았다.

    낸드플래시 부문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로, 2022년에는 다롄 2공장을 착공했다.

    반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중국 사업본부의 실적도 꺾이기 시작됐고, 다롄 공장 매각설이 나왔다.

    이후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7월 직접 나서 "중국 시장을 잃어버리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내부 혼란이 온다"며 다롄 공장 매각설을 부인했다.

    한편 중국이 지난해 12월 미국 인텔과 AMD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자국 정부기관의 개인용 컴퓨터(PC)와 서버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 역시 미국 IT 업체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맞대응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 간의 이른바 '반도체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