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경성 배경, 한복 입은 '춘희'로 재탄생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이 주세페 베르디의 'La Traviata(라 트리비아타)·춘희'(이하 '춘희')를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85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라 트라비아타'는 1948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당시 공연명이 '춘희; 동백 아가씨'였다. 76년이 흐른 4월 서울시오페라단은 파격적인 해석과 연출로 '춘희'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원작의 배경은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였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은 1900년대 초반 경성으로 옮겨왔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기생으로 위장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는 강인한 여성으로 설정했다. 순수한 청년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나라를 구하려는 열망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한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경성이 배경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을 통해 '춘희'를 떠올렸다. 순수하고 병약한 여주인공 대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신분을 위장한 강인한 여성이 순수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베르디 음악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조만수 충북대학교 교수가 드라마투르그(문학·예술적 조언을 하는 전문가)로 참여하며, 의상은 김영석 한복 디자이너가 맡는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발한 오페라 연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래이가 연출을, 현재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여자경이 포디움에 오른다.

'비올레타' 역은 2023년 서울시오페라단 '리골레토'의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공연에서 '질다' 역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혜정이 캐스팅됐다. 같은 역할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소속가수인 이지현이 함께해 한국 오페라 데뷔 무대를 갖는다.

'알프레도' 역에는 서울시오페라단과는 처음 작업을 하게 된 정호윤과 지난해 우리나라 테너 최초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손지훈이 나선다. '제르몽' 역에 바리톤 김기훈, '플로라' 역은 메조소프라노 신현선·김순희가 분한다.

이밖에 지난 2월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2024년 정기공연 출연진 오디션'을 통해 많은 배역들이 발탁됐다. '그랑빌' 역 한혜열, '듀폴남작' 역 염현준, '가스톤자작' 역 오현용·김지민, '쥬세페' 역 이상문·최병준, '안니나' 역에 김누리·김나연 등이 출연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서양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오페라가 이제 한국의 미와 교감할 때가 됐다. 한옥, 한복 등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이 서양 고전의 정수 오페라와 만나 한층 깊은 차원의 감동을 전 세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