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사칭 불법 리딩방 사기 '기승'… 피해액만 1266억 원전문가 "리딩방, 참여자들이 돈 잃어야 운영되는 구조""유명인들, 투자자 모으는 일 없어… 지급정지 범위 넓혀야"
  •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사칭한 리딩방 광고. ⓒSNS 캡처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사칭한 리딩방 광고. ⓒSNS 캡처
    주식·코인 투자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한 리딩방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계당국은 사기 피해를 막고자 신고포상금제도 도입 등 사기 근절 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갈수록 수법이 고도화하면서 사기 피해는 급증하는 추세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투자 리딩방 사기 건수는 1452건으로, 피해액은 126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리딩방 사기란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인이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주식·코인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구체적으로 우선 피의자들은 SNS 광고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고급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이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인한다. 이후 단체 채팅방에 입장하면 채팅방 참여자들은 하나같이 수익을 올렸다며 '투자 인증'을 하기 시작한다. 이어 추천 종목이 실제로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는 앱 화면이 나타난다.

    이에 혹한 투자자들이 참여 방법을 물어보면 자칭 '투자 전문가'들이 나타나 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한다. 

    피의자들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박순혁 작가 △장하준 런던대 교수 등 금융투자업계 유명인을 사칭해 불법 리딩방 광고에 나선다. 최근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무료로 투자 강의를 한다는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가짜 매매 앱을 활용한 사기다. 거액을 입금한 이들이 출금을 시도하려는 순간 범인들은 출금에 시간이 걸린다는 등 핑계를 대며 돈을 돌려주지 않고 이내 잠적해버린다.

    이를 두고 금융범죄 전문가는 금융사기가 점점 조직적이고 체계화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사기 관련 지급정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모르는 번호나 SNS 등을 통한 투자 권유는 무조건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투자사기사건 전문가인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1년 사이 체감상 느껴지는 금융사기가 너무 많고 다양해졌다"며 "그럼에도 유명인들이 투자자들을 모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한 변호사는 "리딩방의 수익은 참여자들이 돈을 잃어야 운영되는 구조"라며 "처음에는 소액 출금이 가능하나 고액으로 들어가게 되면 출금이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범인들의 은행 계좌를 살펴보면 대포 통장 등 제3기관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신고포상금 제도와 관련, 이 변호사는 "내부자가 단체방을 신고해도 과연 내부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특히 금융사기 총책은 보통 해외에 있어 수사 자체의 어려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리딩방 사기를 실질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지급정지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리딩방 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계좌 동결이 가장 중요하다"며 "은행에서는 수사 및 금융기관 사칭의 경우에만 임시 지급이 가능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행법상 리딩방이나 유명인 사칭으로 사기를 당하더라도 투자 피해자는 은행에 임시 지급정지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