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중진 김영주·이상민부터 주사파 출신도 영입진영 넘나드는 인재 영입에 용인술 대부 YS 소환
  • ▲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지난 4일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지난 4일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국민의힘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4선 김영주 국회부의장에 이어 옛 운동권 인사들도 여럿 영입·공천하는 등 진영을 가리지 않고 외연 확장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는 정당이라는 면모를 부각해 중도층 표심을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與, NL계부터 태극기까지 포용

    9일 정치권 상황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야권 내에서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던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김영주 부의장이 대표적이다. 김 부의장은 노동계 출신에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야권 성향이 짙지만, 정치권 내에서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탈당 후 올해 초 국민의힘에 입당한 5선 이상민 의원도 중도 이미지가 강한 야권 인사였다. 김 부의장과 이 의원 모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영입에 공을 들였다. 무소속 신분이던 두 사람을 한 위원장이 직접 찾아가 국민의힘 입당을 제안했다. 이후 김 부의장과 이 의원은 각각 기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과 대전 유성을에 공천됐다.

    전향 운동권 출신 인사들도 영입했다. 한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강조했던 만큼 이번 총선에서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외연 확장을 이뤄내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을 영입해 민주당 운동권 핵심 인사인 정청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마포을에 전략공천했다. 함 회장은 1985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하는 등 운동권 대표주자로 활동했다. 

    여기에 NL(민족해방) 출신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광주 서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 이종철 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을 서울 성북갑에 배치했다.

    과거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등 진보진영 인사였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도 한 위원장이 영입해 당 지도부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국흑서' 저자로 유명한 김 위원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진보 진영과 결별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태극기 집회 연사로 나섰던 도태우 변호사도 대구 중·남 후보로 확정했다. 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중 한 명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해 온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 ▲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 제1회 전국위원회에 참석했다. ⓒ한국정책방송원
    ▲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 제1회 전국위원회에 참석했다. ⓒ한국정책방송원
    ◆與 롤모델은 용인술의 대부 YS?

    좌우를 넘나드는 국민의힘의 인재 영입을 두고 28년 전 15대 총선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15대 총선은 보수와 진보 이념을 가리지 않은 인재 영입으로 총선 승리를 이끈 대표 사례로 꼽힌다. 

    1995년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이듬해 진행될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당시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앉히고, 민중당 출신의 운동권 인사인 이재오 전 의원을 영입했다. 

    또 운동권 황태자로 불린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당시 슬롯머신 업계 사건 수사로 스타 검사 반열에 오른 홍준표 대구시장을 발굴해 합류시켰다. 결국 신한국당은 당시 총선에서 139석을 얻어 원내 1당이 됐고, 김 전 대통령은 '용인술의 대부'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 이는 정치 신인을 수혈해야 하는 순간마다 빼놓지 않고 성공 사례로 언급된다.

    다만 인재 영입의 진정성을 두고는 판단이 갈리는 상황이다. 다양한 인사를 영입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운동권 인사의 경우 이미 오래 전에 전향한 만큼 이념적으로 판단했을 때 큰 의미가 없어 총선용 보여주기식 영입이라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을 앞두고 통합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면면을 살펴보면 진정한 외연확장은 아니다"라며 "YS는 당시 각계의 스타급 인사들을 내세워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미 보수로 전향한 인사들을 몇몇 데려오고 당 내 강경 보수들은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현역 물갈이에 더욱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평론가는 "친윤(친윤석열)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그대로 공천을 받았다"며 "진짜로 혁신하고 외연을 확장하려면 설사 몇 석을 잃더라도 정치 신인이나 청년을 대거 발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